노조탄압 딛고 연대투쟁 다져지도부 조속한 복귀 과제 남아중앙일보 인쇄분야 노조 집단해고 저지투쟁이 14일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 싸움은 족벌언론의 노조탄압을 분쇄했다는 점에서 언론노동운동의 진보이며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해고자 123명 가운데 110명이 즉각 복직하고, 노조지도부 13명이 시차를 두고 복귀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완의 승리'인 셈이다.중앙일보 인쇄분야 분규사태는 올 임단협 타결직전에 사측이 상식이하의 부속합의문을 강요한데서 촉발됐다. 사측은 △산별노조 불참 △언론노련·민주노총과의 단절 △과장의 조합원 자격박탈 등을 요구했다. 이는 유명무실한 노조로의 전락을 의미하며, 사실상 노조를 부인하는 내용으로 어용노조가 아니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굴욕적인 것이었다. 노조가 부속합의문을 거부하자 사측은 즉각 회사를 위장 폐업하고 추석연휴 전날을 기해 기습적으로 노조원 전원을 집단 해고하는 극약처방을 내렸고 노조는 파업을 결의하며 맞섰다. 중앙사태는 노사가 각각 극단의 외길을 걸으면서 악화일로로 치달았다.노조는 언론노련과 결합하면서 거리투쟁에 돌입했다. 12일 추석은 중앙일보 사옥 앞 천막 농성장에서 보냈다. 이어 매일 시위가 계속됐으며 19일에는 서울지역 언론노동자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중앙일보 위장폐업 및 집단해고 규탄대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123명의 투쟁대오는 흐트러짐 없이 시청과 남대문, 중앙일보 일대를 분노의 함성으로 가득 채웠으며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자택 항의방문도 이어졌다. 언론노련은 22일 중앙일보 35주년 기념일을 기해 행사장인 하이야트 호텔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기로 결의했다.중앙사태는 이날 오후 타결됐다.이번 2주간에 걸친 총력투쟁은 첫째 굴욕적인 부속합의문을 무력화시키고, 둘째 집단해고를 저지했으며, 셋째 인쇄분야 언론노동자 연대투쟁의 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족벌언론, 나아가 삼성식 무노조 전략을 언론노조에 적용시키려는 노조탄압의 행태를 분쇄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노조 지도부의 복직과 관련, 최문순 언론노련 위원장은 "13명 동지의 조속한 복귀여부는 언론노련의 존폐여부와 같다"는 말로 대신했다./ 언론노보 290호(2000.9.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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