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강정 누가 보나?  

지난주 방송뉴스의 초점은 천정배 법무장관과 김종빈 검찰총장의 갈등이 불러온 파문이었다. 사태의 본질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권력 내부의 ‘융통성’ 없는 갈등과 다른 하나는 두 달 전 부터 시작된 사상의 자유 혹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문제에 대한 논란일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3사의 보도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속빈 강정’ 같은 보도로 일관했다. 우선 방송 3사는 ‘검찰의 중립을 위해 용퇴한다’는 김 전 총장의 주장과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내용을 마치 중계라도 하듯이 보도했다. 방송을 보면 왜 검찰총장이 구속수사 의견을 고집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KBS와 MBC는 한술 더 떠 법무장관이 16대 국회의원 시절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조항의 폐지를 주장했다는 한나라당의 비난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해 정치공세에 힘을 실어줬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온 검찰의 독립을 위해 그런 주장을 했다는 점은 간과됐다.

강정구 교수가 한 인터넷 매체에 글을 올린 지난 7월 27일 이후 법무장관이 불구속 수사지휘를 지시한 지난 12일까지 강 교수의 발언의 실체와 학계의 반응, 그리고 문제점 등을 제대로 다룬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MBC 저녁 메인뉴스는  강 교수의 발언에 대해 아예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SBS의 경우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는 단신과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리포트 등 3건을 보도했고, KBS는 강 교수의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과 국정감사에서 주요 공방대상이 됐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포함해 2건을 보도했을 뿐이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강 교수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 방송 뉴스가 관심을 돌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관심인지 게을러서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강 교수가 발언한 내용이 무엇인지, 학계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와 이념의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보도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방송보도가 ‘속빈 강정’으로 일관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방송뉴스를 봐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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