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총출동 ‘IT코리아’ 과시>(경향신문) <개항 이래 최대축제 “오나라~ 오나라~”>(동아일보) <경제적 직-간접효과 4억5천만弗+α>(서울신문) <외빈접대 준비 완벽 “편히 머물다 가이소”>(세계일보) <한국이 앞장선 ‘외교 올림픽’…부산서 꽃피다>(조선일보).

신문 기사만 보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부산에서 열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중심국가로 부상하게 됐고, 외국 참가자들은 한국의 IT기술과 문화 등에 흠뻑 빠졌다. 부산시민을 비롯한 온 국민이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행사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애국심이 없는 사람들이거나 불순세력으로 매도된다. <인천공항ㆍ부산 APEC 보안 초비상>(조선일보) <국제NGO 대거 입국전, 인니 농민단체 3명 한때 경찰에 억류>(한겨레) <욕설 사라졌다지만…전교조 ‘APEC 바로 알기’ 수업안 “겉으로만 균형…증오 여전” 지적>(중앙일보) 등의 기사에서도 왜 이들이 반대하는지는 알기 어렵고 행사가 순조롭게 치러지지 않을까 걱정만 자아낸다.

귀한 손님들이 오는 날이면 아침 일찍부터 마당을 쓸고 의관도 정제한 뒤 정중히 손님을 맞고 집을 떠날 때까지 환대해 돌려보내는 것이 전통이다.

그런데 APEC이 과연 전통과 미덕에 따라 손님을 맞아야 할 행사인지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APEC에 노동자와 농민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부정적 측면이 있으며,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과거사를 거꾸로 되돌리려 하는 사람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신문들은 여기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눈을 부라리고 윽박지르며 잠자코 있으라고 강요해왔다. 신문에는 반APEC 집회나 시위를 막기 위해 검문검색과 경비를 강화한다는 보도만 있을 뿐 왜 이들이 반대하는지 이유를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APEC이 알찬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APEC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억누르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균형을 맞춰서라도 보도해야 한다. 남은 기간에라도 신문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2005년 11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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