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 사원이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사내 전자게시판에 쓴 글키워드를 `낙하산인사'로 집어넣어 사내 기사를 검색하다가 지난 대선때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DJ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집권후 JP측과 권력 나눠먹기를 하고 국영기업체장까지 낙하산 인사로 똑같이 나눠 갖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DJ는 "10 가운데 자민련과 민주당이 3대3으로 나눠 갖고 4는 양당이 2씩 추천한 외부인사로 내각을 구성하게 되며, 국영기업체장은 원칙적으로 내부승진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 기사는 다른 매체를 통해 일반에 알려졌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저 `새삼스런' 정도의 인터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집권직후 DJ는 가신그룹의 멤버들을 요직에 기용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한 터였으니 별 다른 의미가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가 연합뉴스를 벌집 쑤셔놓은 듯 혼란을 가져온 상황에서 `노조원'도 아닌 제가 이 기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거창한 이유를 달지 않더라도 DJ는 언론과 했던 이 약속을 저버리고 낙하산 인사를 자행했고 그 결과로 제 삶의 터전인 연합뉴스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범하지만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같은 이유로 정치적으로 숱한 역경을 겪으면서도 민주화를 위해 몸바쳐온 DJ를 존경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DJ를 존경할 수 없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렸을 때 조차도 스스로를 경멸하며 약속의 소중함을 생각해야 마땅하거늘 하물며 언론을 통해 한 `공약'을 저버리고도 돌이킴없이 밀어붙이기로 가고 있으니 어찌 존경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전 누가 우리 회사 사장이 되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사라면 말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에 의해 사장이 낙하산식으로 임명되고, 그렇게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인사가 누구나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그 태생적 한계를 무시한 채 "시켜보지도 않고 반대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데 어찌 고분고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직은 존경하는 마음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DJ께 간언 드립니다. 낙하산 인사 지양과 가신그룹 배제를 약속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 나고자 몸부림하는 연합뉴스 사우들의 외침에 귀기울여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언론이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제 구실을 하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DJ께서도 험난한 정치역정을 겪어오며 언론만이라도 바로 서길 염원하지 않았습니까? / 언론노보 연합뉴스투쟁특보(2000.1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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