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의 몇가지 진실새천년 첫 올림픽이 열린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기자들은 '금값'이었다.역사적인 개회식 남북 동시입장이 이뤄지면서 '하나의 코리아'는 최대 관심사였다. 덩달아 외신기자들은 한국기자를 상대로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외신 기자들은 한국기자들을 붙들고 개인적인 소감과 국민들의 반응, 향후 전망 등을 집중 취재했다. 몇몇 기자는 남북선수의 뜨거운 우정과 재회 등 감동적인 사연을 찾느라 국내언론사 부스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왔다.그러나 대부분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체육분야에서의 교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물밑에서 진행돼 남북선수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었던 까닭이다. 오히려 한 핏줄이라는 끈끈한 동포애를 바탕으로 한 격의 없는 만남은 형식적이고 공식적인 악수의 자리로 채워졌다. 선수는 없고 임원만 있었다.외신에게 '인기캡'이었던 한국기자들은 북한임원에겐 '뜨거운 감자'였다. 한국기자들이 북한선수단만 나타나면 대거 몰려와 훈련을 방해(?)할 정도로 취재열을 과시하자 북한의 한 임원은 "남쪽에선 도대체 몇 명의 기자가 왔냐"며 묻기까지 했다. 양궁장과 유도장 등 일부 경기장에서 남북선수가 함께 있으면 합동훈련으로 각색되고 포장됐다. 또 어느 종목의 경우 남한 감독에게 은밀히 부탁, 북한 감독과의 자연스런 조우를 극적으로 연출했다. 국내 언론사간의 과열경쟁과 한건주의. 남쪽 기자들도 심한 몸살을 겪어야 했던 시드니였다."곽옥철입니까, 억철입니까?", "옥철입네다"표기에 혼란을 겪어왔던 북한 유도선수 곽억철의 이름을 북한의 한 감독은 "옥철"이라고 잘못 말해줬다. 남북 공동기수인 박정철 유도감독의 신상명세를 묻자 북측에선 "키 178∼180Cm 정도, 85Kg의 쐐기형"이라는 애매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번 대회 북한선수단의 공식기자는 단 한 명. 일본 내 조총련계 신문인 조선신보의 천귀유 기자다. 스포츠서울은 천기자에게 개막전 북한선수단의 전력평가에 대한 기고문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에 대해 모른다"며 사양했다. 내심 정치적인 문제로 그러겠거니 이해했다.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것은 북한을 한번도 방문하지 못한 그에게 몇 차례 질문을 던진 뒤였다. 그는 국내에 알려진 그 이상의 북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그렇다면 북한은, 아무도 몰랐다.최문열 스포츠서울 체육팀 차장/ 언론노보 291호(2000.10.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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