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 선임 의혹, 청와대 음해세력의 작당이길


李모 노무현 대통령 후보 특보 成모 노후보 특보 金모 청와대 핵심 참모 고등학교 동창...이것이 현재까지 유령처럼 방송계를 떠도는 정부여당의 방송위원 명단 중 일부다. 지난 달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청와대 등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두 명이나 포함되어 있고 청와대 핵심 참모와 지연, 학연 등 친분관계를 갖고 있는 인사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암시한 인사들이다.

어떤 인사는 공사석에서 공공연히 방송위 부위원장으로 내정되었다며 '자랑'하고 다닌다는 정황도 포착된다.

노대통령이 2003년 초 KBS를 방문한 자리에서 '방송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덕담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이들이 '덕담'으로 받아들였지만 수구언론들은 이 한 마디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방송을 친노정권의 나팔수로 낙인찍으며 지금까지도 '공영방송'를 철천지 원수 대하듯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기류를 보면, 정말 이 사람들이 방송을 자신들의 홍위병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뭉클뭉클 솟아난다. 최근 방송관련 기관의 사장을 숱한 의혹과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내정했다는 그 사람을 끝내 그 자리에 앉히면서 '장난 아님'을 선포하듯 했는데. 방송위원까지 소위 말하는 '친위부대'로 내정한다는 의구심이 증폭되는 것을 보면, 이것은 '방송위원 선임'이 아니라 '방송위원 선임 사태'로 비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나라당이 방송위원으로 선임하려는 몇몇 '문제아'들을 각각 한 명씩 맡아 '맞짱'뜰 수 있는  '대항마'를 선임하려고 한다는 항간의 소문이 현재 거론되는 면면을 보면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방송위는 정치판과 권력층이 생각하듯, 전리품이 아니다. 방송사에서 '기자'했다고, 통신회사에서 좀 놀았다고 방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청와대 핵심고위층과 동창인 변호사여서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더 더욱 아니다. 이런 소문이 그렇잖아도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부분의 청와대 참모진 사기를 꺾기 위해 조작된 '낭설'이기를 바란다.

방송위는 앞으로 정책 하나하나가 방송의 미래 시청자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한미FTA를 통해서 미국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해체, 국산프로그램 편성쿼터 해소, 외국인의 지상파 소유지분 참여 허용, CNN이나 FOX-TV등의 국내 더빙 및 국내 광고영업 허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현재 국무총리실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미명하에 방송의 문화적 기능을 축소하고 통신의 산업적 기능만 강조하는 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케이블TV로 대표되는 유료시장이 갈수록 확산일로에 서 있지만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인 지상파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시청자들은 정보 오락 교양 뉴스 등에서 빈익빈 부익부라는 자본주의 최악의 시나리오에 발가벗긴 채 노출될 수 있다.

이것뿐인가? 위성DMB, WiBro, Media FLO, HSDPA 등 이동식 멀티미디어와 IPTV, TV포탈 등 고정식 멀티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정보제공'이라는 미명하에 끊임없이 침탈의 대상이 되고 있는 와중에 무료보편적 서비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사라져간다.

그리고 2007년이면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치가 집행됨으로써 잘했던 못했던 존재함으로써 경영진의 일방 독주와 정책결정기관의 오류에 대해서 감시견 역할을 하고 있는 방송 통신진영의 내부 견제세력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또 있다. 당장 방송회관 로비에서 수십일 째 벌이고 있는 지역지상파 종사자들의 '지역지상파DMB'에서 드러난 지역무시정책 항의농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것이 종사자들의 이해관계인가 아니면 시청자들의 이해관계인가?

한국의 시청자들이 정당하게 자신의 몫을 방송으로부터 제공받아야 하는 '시청자복지'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지명할 가능성이 높은 방송위원들을 '제압'하겠다는 이유로, 정권 막판 방송계 인사라는 이유로, KBS사장과 이사회 MBC 이사회 EBS의 사장과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이유로 측근인사 정실인사 보상인사를 한다면 이것 자체로 노무현정권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공과를 정당하게 평가해 줄 방송이라는 미디어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간곡히 바라건데, 말로만 시청자 복지를 운운하지 말고, 말로만 지역분권을 주장하지 말지어다. 말로만 여론의 다양성과 문화 정체성을 운운하며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말고, 말로만 정권은 방송을 장악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운운하지 말지어다. 이번 방송위원회의 방송위원 선임은 이 모든 것이 허언인지 아니면 진심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지자체 선거의 참패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방송계의 구체적이고 집단적인 저항을 받고서야 '아차 실수'하고 한탄해봐야 그 때는 만시지탄이리라.

방송위원 선임과 관련된 정부여당에 대한 이 모든 의혹이 청와대를 음해하려는 일부 세력의 작당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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