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념'만 부각한 평택보도  

                                                                              2006년 05월 10일 (수)


평택 대추리 폭력 진압사태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제2의 광주사태'였다고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방송3사 뉴스의 흐름을 살펴보면 '강제집행→충돌→군사보호구역 선포→철조망 무력화→공권력에 도전'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 또 폭력 진압에 대한 문제점을 짚기  보다는 진압 중심의 보도와 함께 '법 집행'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 정도로 접근했다.
  
지난 5월 3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강제 집행하겠다는 발언을 방송3사 뉴스는 첫 머리에 다뤘고, 평택의 반응과 법원의 심리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주요 기사로 삼았다. 이날 KBS는 평택 기사를 다룬 뒤 이어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이 강화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한미동맹은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한미동맹 영향은>이란 해설 기사를 실었다. 이런 식의 뉴스 편성은 사실상 평택 진압을 빨리 서둘러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게 된다.

방송3사 뉴스는 강제 집행이 진행된 4일에도 <강제집행 '충돌'>(KBS) <경찰, 군 투입 강제 해산>(MBC) <충돌 속 강제 퇴거 완료>(SBS) 등의 기사를 첫머리에 올렸다. SBS는 그래픽을 동원해 대추리의 진압 방식을 정리해 마치 군사작전 차트를 보여주는 듯 했다.

또, 강제집행이 사실상 군-경의 과도한 폭력을 수반하고 있음에도 방송3사는 침묵한 반면 대추리 현장을 연결해 대추분교의 철거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점검하는 등 이후 기지 이전에 대한 그림을 그려내기에 급급했다.

이는 '대추리 사태'가 분명 한국에서 발생했음에도 보도는 다른 나라의 소요사태를 중계하는 식이다. 그나마 MBC는 <세 번씩이나 뺏겼다>(4일)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일본군과 한국 전쟁 때 미군 기지 확장에 이어 또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는 내용과 함께 평택기지 이전에 따른 전쟁 위험이 커진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5일 철조망을 뚫는 시위와 함께 군의 무력 진압 사건과 관련해 KBS는 첫 번째 기사로, SBS는 3번째 기사를 다뤘지만, MBC는 골프 관련 기사 등을 다 내보낸 뒤 8번째로 대추리 사태를 처리하는 등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대부분의 방송뉴스에는 '행정대집행'의 불가피론이 녹아 있을 뿐 국방부의 좀 더 신중한 접근이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의식과 대추리에서 진행된 평화 활동 및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시청자들에게 알리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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