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덮인 이야기,
한미FTA 한국협상단이 취재를 방해했다는데도...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말해 주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야기, 하지만 한국의 방송사는 자신들이 당한 일에도 침묵하니...쯧쯧쯧. 프레시안이 6월10일과 11일 연일 한미FTA 한국대표단의 몰상식한 대언론관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 묻힐 가능성이 너무 큰 이야기. 그래서 이 공간을 통해서라도 프레시안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말 하련다.

장면 하나-취재 가이드에게 정보원 강요

MBC보도국의 권희진 기자는 미국-칠레 FTA가 칠레에 미친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칠레를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칠레 취재 계획을 한동만 외통부 통상홍보기획 팀장에게 말하게 된다.

한동만 팀장은 권 기자가 칠레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안 다음날 그에게 칠레에서 취재를 도울 코디(현지 가이드를 일컫는 언론계 속어)의 이름을 묻는다. 권 기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말해주지 않는다. 그랬는데도 칠레 가이드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권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칠레 주재 한국 대사관의 김모 참사관이 자기에게 '어떤 기자가 언제 누구를 만나는지 이름을 대라"고 강요했음을 전해 준다.
  
김모 참사관은 심지어 이 가이드에게 권 기자가 칠레에 도착하면 아침 9시까지 대사관에 출두해서 체류하는 동안 매일 무슨 취재를 할지 사전에 보고하고, 무슨 취재를 했는지도 사후에 보고하라고 말했다는 것.

한밀FTA 1차 본 협상이 끝난 9일 밤늦은 시간. 한미FTA 한국정부 협상단의 마지막 브리핑이 있었던 워싱턴 인근의 모 호텔. 브리핑이 시작되기 20분 전 외교통상부의 협상홍보 담당자 한동만이 들어서자 권 기자는 "왜 취재를 방해하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한다.

권기자: "왜 취재를 방해하느냐. 정부는 뭐가 그리 구리기에 언론통제까지 하나!"
한팀장: "취재에 협조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권기자: "언제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요청하지도 않은 취재협조를 했나! 세금이 남아나는가!"
한팀장: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드리는 차원이다."
권기자: "왜 내가 누구를 인터뷰하는지, 언제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왜 가는지를 보고해야          하느냐!"
한팀장: "모르는 일이다. 확인해보겠다"
권기자: "어떻게 5공 때나 있었던 언론통제가 21세기에 버젓이 일어날 수 있나!"

장면 둘-세금으로 간 자들이 초상권 운운하며 취재 방해

한국정부 협상단은 그 날 오전인 9일 아침 8시30분쯤부터, 말끔하게 양복을 갖춰 입고 서류가방을 든 채협상장으로 가는 차량을 타기 전, 호텔 앞마당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운다. 주미 한국 대사관 직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들은 이 시각 호텔 밖에서 원정투쟁단의 항의시위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원정투쟁단 쪽을 물끄러미 건너다보았을 뿐이다. 협상단은 그러나 기자들의 취재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호텔 로비에서 협상단의 활동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사진촬영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히 '한미 FTA 기획단'의 김경환 팀장은 "이 사람들(협상단)도 초상권이 있다. 우리는 사진촬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직후 매리어트 호텔 측이 원정투쟁단뿐 아니라 언론사 기자들에 대해서도 호텔 진입을 제지한다. 호텔 측 관계자는 "여기는 사유지"라며 언론취재 제한이 정당한 조치임을 기자들에게 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호텔 측의 이런 태도는 협상단의 요청에 따른 것 같다고 많은 기자들이 추측했다.
  
한 언론사 기자는 "공적인 임무를 띠고 여기에 온 협상단이 '초상권' 운운하며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당신들은 여기에 사적으로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낸다.

장면 셋-이런 짓을 해도 한국 언론 대부분은 침묵

미국-칠레FTA가 칠레에 미친 영향을 취재하러 가는 방송사 기자의 현지 한국인 가이드에게 '정보원노릇'을 강요하고, 국민 세금으로 미국 호텔에 든 협상단원들을 촬영한다고 '초상권' 운운하며 호텔측에 접근금지를 요청하는 한국의 협상단.  

이 글을 쓰는 시각은 11일, 일요일 오후다. 아마도 오늘 저녁 각 방송사 종합뉴스시간에도 이런 '이야기'를 보도되지 않을 것 같다.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어땠느니, 스웨덴이 어땠느니하며 정작 한국민들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한미FTA 1차 협상결과는 '매우 어려운' 단어를 동원해서 '아주 간단히' 처리하고, 잘 해도 한국 협상단의 '취재깽판'은 단신, 아니면 '없었던 일'이 될 것 같다.  

농민 노동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방송사 직원들의 앞 날, 방송사 존립 자체가 위협당하는 순간에도 한국 방송사들은 '월드컵 놀이'로 돈벌이 생각만하지, 제 밥그릇에 금이 가고 쪼개지는 장면에 대해서는 모르쇠다. 보도국이 저 '지랄'하면 다른 직능에 속한 직원들이 나서서 항의할 만도 한데...지진으로 땅이 갈라져도 모르쇠하거나 침묵하다가 갈라진 땅 속으로 자신들이 떨어져서야 '진짜 지진이네...나 죽네'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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