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단, 심지어 취재방해책동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5일부터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 협상이 지난 6월9일로 끝났다. 다음 달 10일 서울에서 2차 본 협상이 시작되고, 미국측 협상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올 연말 안에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문제는 1차 협상에서 어떤 내용이 합의되었으며, 그 영향은 어떤 것인가? 쟁점으로 남아있는 부분은 왜 쟁점이며 양국의 입장 차이에 따른 각각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아직까지 논의조차 하지 않은 영역은 무엇이며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 한국의 협상단도 한국의 언론도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협상단의 경우, 미국측 협상단으로부터 한국 기자들이 들은 것을 한국협상단에게 '미국은 이렇게 이야기하던데 사실인가요?'하며 질문해야 겨우 대답할 정도로 철저하게 비공개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들의 귀와 눈을 틀어 막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미FTA와 관련해 보다 투명한 협상태도를 끊임없이 요구해 온 시민사회는 한국 정부와 한국협상단의 '밀실협상'에 대해 분노를 쌓아갈 뿐이다. 심지어 한국측 협상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워싱턴의 메릴랜드 호텔은 한국기자들의 접근마저 봉쇄하고 있는 실정을 들으면 폭발의 임계점까지 다다르고 있다.

지난 9일 한미FTA 1차 본 협상이 마무리되는 날 아침, 기자들이 한국협상단의 동정을 취재하기 위해서 호텔 로비에서 담배 피며 담소를 나누는 협상단원들을 기자들이 촬영하려하자, '한미 FTA 기획단'의 김경환 팀장은 "이 사람들(협상단)도 초상권이 있다. 우리는 사진촬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지난 6월10일자 보도에서 전하고 있다.

문제는 초상권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지적재산권 등의 협상을 맡기고 있다는 절망감도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이 미국의 호텔에서 먹고 자고 그 호텔에서 협상을 준비하게 한 것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제 돈 내고 관광이나 온 것처럼 말하는 협상단의 이런 '발칙한 발언'만도 아니다. 오히려 초상권 운운하며 취재자체를 방해한 협상단의 그 다음 행위다. 초상권 발언 직후 매리어트 호텔 측이 원정투쟁단뿐 아니라 언론사 기자들에 대해서도 호텔 진입을 제지한 것이 더 문제라는 의미다. 호텔 측 관계자는 "여기는 사유지"라며 언론취재 제한이 정당한 조치임을 기자들에게 거듭 강조하며 출입을 제지한 것.

이 뿐만이 아니다. 프레시안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협상단의 태도는 거의 대언론봉쇄작전에 들어 간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MBC보도국의 권희진 기자는 미국-칠레 FTA가 칠레에 미친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칠레를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칠레 취재 계획을 한동만 외통부 통상홍보기획 팀장에게 말하게 된다.

한동만 팀장은 권 기자가 칠레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안 다음날 그에게 칠레에서 취재를 도울 코디(현지 가이드를 일컫는 언론계 속어)의 이름을 묻는다. 권 기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말해주지 않는다. 그랬는데도 칠레 가이드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권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칠레 주재 한국 대사관의 김모 참사관이 자기에게 '어떤 기자가 언제 누구를 만나는지 이름을 대라"고 강요했음을 전해 준다.
  
김모 참사관은 심지어 이 가이드에게 권 기자가 칠레에 도착하면 아침 9시까지 대사관에 출두해서 체류하는 동안 매일 무슨 취재를 할지 사전에 보고하고, 무슨 취재를 했는지도 사후에 보고하라고 말했다는 것.

지금이 박정희 전두환이 지배하던 군사독재시절인가! 어째 하는 짓짓마다 이렇게 분노를 자극할 수 있을꼬.

국민의 세금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협상단이 호텔에 '고자질'해서 한국기자들이 호텔 안에 들어 올 수 없게 하고, 사진촬영 등 취재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를 넘어 칠레 취재를 준비하는 기자의 취재행위마저 방해하고 나선 것. 심지어 현지 취재기자를 돕기 위해 준비하던 칠레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를 압박해서 '정보원 노릇' '프락치노릇'을 강요하기까지 서슴없다. 지난 6월4일 KBS스페셜에서 이강택PD가 미국-멕시코 FTA 체결 이후 처참한 멕시코 산업을 보여주었던 것에서 한국의 협상단이 배운 것은 고작 '취재방해의 필요성'이었던 모양.  

온통 숨겨놓고 미국측 대표가 발언하면 이를 들은 기자가 한국측 대표에게 확인하게 하는 이 황당한 한국정부협상단. 이들이 지금,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전 비서관 출신 정태인의 주장대로 '10개의 IMF'가 닥쳐오는 것과 맞먹는다는 한미FTA 협상을 주도하는 사람들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국민과 합의해야 한다.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 장에 끌려나오고 쇠사슬을 차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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