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월드컵 방송,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월드컵 예선전 총 판매가능 광고시간이 600억 원. 아무리 많은 월드컵 중계와 특집과 월드컵 뉴스를 편성해도 벌 수 있는 돈은 200억 원 안팎. 하지만 270억 원에 FIFA로부터 중계권을 샀다. 한 방송사 당 90억 원씩 갹출해야 한다. 그런데 공영방송 MBC는, 내부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무려 300명 이상을 헤아리는 직원들을 독일에 파견했다. 민영방송 SBS는 기자 50여명 포함 102명을 독일에 파견했다.

쉽게 SBS의 손익계산서를 정리해 보자. 100명을 파견했을 때, 한 사람 당 한 달간 체류비와 항공료 등을 합쳐 5백만 원이라고 잡으면, 100명이면 5억 원이다. 각종 장비 운송 및 현지 대여 및 인력채용, 위성사용료 등 제작비를 합쳐 보니 전문가들은 최소 70억 원으로 예상한다. 100명을 독일에 파견한 SBS로서는 예선전에서 벌 수 있는 200억 원 중 중계권료 90억, 체류비 등 5억, 제작비용 70억 원을 합치면 165억 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35억 원 가량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평택미군기지 이전 논란,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영토경계획정 논란, 최저생계비 논란, 일시에 농촌을 초토화시키고 비정규직 및 실업자를 양산하여 도시 유민(流民)이 들끓을 수도 있는 한-미FTA협상 논란, 노정권이 추진해 온 부동산정책 논란, 한나라당의 사학법 개악 요구 논란 등 수 많은 국가 사회적 의제를 쓰레기통에 처박아 두고 '월드컵 월드컵'을 외친 대가치고 너무 약소하다.

굳이 메인뉴스를 망가뜨리고, 하루 종일 월드컵 편성을 하지 않아도, 월 7백억 원 이상의 광고판매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겨우(?) 30-40억 원 더 벌어보겠다고 시청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자신의 삶을 두고 판단해야 하는 주요의제들을 사장시켜버렸다니 통탄할 지경.  

그런데 이 성적표(?)는 민영방송SBS의 경우고, 이 보다 훨씬 심하게 뉴스 질과 양에서 거의 '미친 짓'을 하고 있는, 심지어 국민들의 30% 이상이 즐겨 시청하고 있는 역사드라마 '주몽'까지 일방적으로 방송연기를 결정한,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MBC는?

300명을 독일에 파견했으니 1인 당 체류비 항공료를 5백만 원으로 잡았을 때 합쳐보니 15억 원. 중계료 90억 원, 제작비 70억 원. 겨우 25억 원 가량 남는다. 공영방송의 의무를 팽개치고 지상파의 체면마저 내 던진 결과치고 형편없다.  

더 심각한 것은 월드컵 시청률 경쟁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한국방송의 비극은 '월드컵 시청률' 몇 % 더 높이려고 거의 목숨을 거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목숨 건 결과의 초라함에 있다.

월드컵 한국전은 3사 동시 중계로 박 터지고, 한국전이 끝난 다음 날은 낮 시간을 이용해서 두 세 번 씩 재방송한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지난 해 말 지상파방송시간 연장을 이끌어냈던, 그래서 결국 오후12시부터 오후5시까지 낮방송을 합법적으로 하게 된 방송사가 그 대부분의 시간을 애초 약속한 공적 프로그램 방송보다는 이미 지난 경기의 재방송 시간대로 이용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 심지어 메인뉴스에서 자사 해설위원 차두리씨의 말을 '어록'이랍시고 그 동안 저질렀던 실수와 말장난을 묶어서 보도하는 꼬락서니는 쌍스러울 느낄 정도다. 뉴스데스크를 시청하는 500만 명의 시청자들, 이들이 순간적으로 웃을 수 있겠지만, 나중에 자신들의 삶과 직결되는 그 수많은 정보와 해설을 사장시킨 MBC를 재발견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지탄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이렇게 시청률 경쟁을 해서 얻는 이익은 어느 정도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예선전에서 월드컵 중계 및 재방송 그리고 월드컵 특집프로그램에서 벌 수 있는 광고수입 최대치는 600억 원. 평균 200억 원을 나눠가진다고 했을 때 지금과 같은 '진흙탕에서 개싸움'을 벌여봤자 '플러스/마이너스 20억 원'이다. 시청률 경쟁에서 지더라도 180억 원 이상의 광고수입이 보장되어 있다는 의미다. 결국 20억 원 때문에 이런 짓거리를 한다는 것.

하지만 16강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선전에 600억 원의 특수가 있듯이, 16강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500억 원 가량의 월드컵 특수가 남아있기 때문. 미친 짓을 이미 했고, 공적 의무 방기로 인한 책임이 지금 중단한다고 해서 적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기왕에 버린 몸'의 심정으로 '올인'할 지상파, 돈 배터지게 벌어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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