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2007 민주노총, 언론노조운동



세밑의 국회 앞 사정은 내용만 다를 뿐 십여 년째 그대로다. 민주노총은 한미FTA와 노동법 개악 저지, 비정규 날치기법 무효, 산업재해보상법 전면 개혁을 내걸고 파업 중이다. 사안마다의 중요성과 절박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회 앞에 여론은 없다. 이는 극우언론과 신자유주의 정부의 야만적인 노조 공격으로부터 비롯된 바 크지만 한편으론 조직의 피로도와 무기력, 그리고 구태의연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언론노조는 한미FTA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천착한 한 해였다. 조합원 교육과 하루 파업, 신문 방송의 객관적인 보도 촉구 등 나름의 성과와 기여한 바도 적지 않았다. 언론계의 민주적 CEO 선임을 위해서도 언론노조는 여러 방식으로 개입하고 또한 투쟁했다. 그러나 주요 신문사 지부와 지역 신문사 지부들은 심각한 고용불안과 임금삭감에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신문사 지부나 방송사지부의 경우도 다만 시간이 문제일 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언론노조는 없다.

민주노총으로부터 단위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연말연시는 평가와 사업계획 수립의 시기이다.  냉정한 평가 속에서 더 나은 계획이 나온다. 대의원회 보고용 평가나 자료용 사업계획으로는 노동조합의 수명만 단축시킬 뿐이다. 2001년 프리랜서노조를 창립해 5년 동안 3만 7천 명을 조직한 미국의 사라 호로위츠는 “노동자들이 무엇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지 가려내고, 어떤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노조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현장에서 문제와 해법을 찾을 것과 노조의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12월11일자, 경향신문 ‘호로위츠’를 위하여).

언론노조 산하의 많은 지·본부가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교체되고 있거나 될 예정이다. 언론노조 또한 내년 2월 임원선거, 민주노총은 내년 1월27일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 속에서 제대로 된 평가와 실질적인 사업계획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개인적으론 노동조합의 무기력과 패배감을 떨칠 수 있는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혁신의 바람이 불 리는 없다. 호로위츠의 말처럼 기본에 충실하고 현장에서 문제와 답을 찾는 길 밖에는. 지금부터 나부터 작은 것부터 바로 여기서.


- 박강호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 언론노보 제428호 2006년 12월 13일 수요일자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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