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검열로 탈선한 언론보도   2006. 12.21
[민실위보고서 2006 결산]
광고주·데스크 입김에 ‘흔들’ … ‘이유 빠진 보도’ 횡행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올 한 해 동안 모두 28건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언론이 해야 할 일을 방기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파업을 하면 왜 파업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고, 부동산 등 정책보도의 경우 서민들 눈높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각 언론사의 눈앞의 이익보다는 큰 방향을 제시하는 굵직한 보도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왜’ 어디갔나= 올해 민실위가 주목했던 사안은 한미FTA보도,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 월드컵, 포스코 건설노동자의 쟁의 등이다. 특히 현재 5차 협상까지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의 경우 협상 선언 초기부터 <검증 없었던 한미FTA 청사진 보도>(2.22)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정부가 쏟아놓는 온갖 장밋빛 전망에 대해 언론이 선전 역할을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생산 14조 원 증가 △국민소득 2% 증가 △일자리 10만개 창출 △국가신인도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 70% 증가 등을 쏟아냈다. 하지만 5차 협상이 마무리되는 동안 이 같은 선전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언론은 이 같은 내용에 과대 포장이 있었는지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 또 성급하고 일방적인 FTA 추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교통 불편’이란 쟁점으로 묶어내 사실상 ‘언로’를 차단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보도형태가 계속되자 <새로운 집회기사 작성법>(11.15)이란 보고서를 통해 집회에 ‘왜’는 사라지고 교통불편이 최우선적인 잣대가 되는 현실을 우려했다.

또 평택미군기지 확장 사안 등 각종 집회에 대한 신문들의 미흡한 평가와 사실 전달 미흡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른바 조선·중앙·동아의 경우, 같은 사안에 대해 쟁점을 ‘불법’ ‘시위군’ ‘무기력한 공권력’ 등으로 문제의 방향을 틀어버린 반면 그동안 충실하고 문제의 쟁점을 짚어왔던 신문들은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의제설정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추리가 ‘전쟁터’라면서…>(4.12) <’오보’보다 무관심이 더 두렵다>(9.27) 등의 보고서에서는 집회와 행사의 역사적인 기록과 평가를 조중동에 맡겨 버린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한 민실위원은 “애초 기자들은 사건의 쟁점과 문제점을 알고 취재했지만 출고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가감하는 것으로 믿고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판 위한 비판을 넘어= 글은 실천이 담보돼야 한다.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보고서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문제는 매번 지적하는 내용이 현장에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실위원들은 광고(자본)에 의해 언론사의 경영과 기자의 형편이 좌지우지되는 현실과 함께 데스크의 보수화 경향도 기자들의 ‘열정’을 좌절시키고 길들인다고 지적했다. 한 신문사 민실위원은 “신문사는 광고가 없으면 사실 운영하기 힘든 구조”라며 “취재할 때부터 광고주를 의식하는 자기 검열 구조부터 바꿔 나가야한다”고 밝혔다.

실제 노동조합이 자사의 보도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편집국(보도국)에서는 ‘대안이 없다’ ‘회사 사정을 모르는 소리’ ‘매번 들어왔던 사안’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면에는 광고의 입김이 녹아있다.
그래도 여전히 민실위 보고서가 소중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사회단체가 하는 언론비평이 아닌 언론에 종사하는 당사자가 직접 부적절한 보도를 지적하고,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는 것에서 공감대 형성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민실위원은 “보도 비평의 내용에 대해 윗선 기자들은 사실 감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파업 등 실제 사안을 보도로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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