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셈 정상회의에 앞서 한국과 프랑스 정상회의에서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 지난 1866년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에 있던 외규장각을 불사르고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191종 297권 가운데 우리나라에 필 사본이 없는 유일본 63권을 프랑스가 우선 반환하고 내년까지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를 매듭짓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합의는 아셈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지난달 19일 3사 메인뉴스에 '내년까지 반환' '130년만의 반환' (KBS) '내년까지 반환' (MBC) '내년까지 반환' (SBS) 의 아이템으로 비중있게 보도됐다. 하지만 외규장각 반환에 대한 보도만 있었을 뿐 이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미흡했다. 이번 합의의 문제점은 우선 우리나라가 외규장각 도서를 장기임대 조건으로 받는 대신 같은 시기에 같은 종류와 분량의 도서를 프랑스에 주는 사실상 '등가 등량 방식'의 맞교환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등가 방식의 문화재 반환은 130여 년 전 프랑스 함대가 저지른 우리 문화재 약탈을 정당화하는 것이고 문화재 반환 운동에 나쁜 선례로 남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에 약탈된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프랑스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미국 등에 있는 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할 경우 이들 나라는 이번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재 반환 방식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혹시 이들 나라에서 문화재를 돌려 받는다해도 이번 선례 때문에 또 다른 문화재가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 약탈 문화재의 반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협상의 시기를 내년으로 못박은 것이다. 외규장각도서의 반환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프랑스가 10년 가까이 끌어온 사항이다. 또 프랑스는 이미 수 년 전에 고속전철 사업을 앞두고 외규장각 고문서를 반환을 약속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그리스의 경우 영국박물관에 소장 중인 엘긴 대리석의 반환을 한 세기에 걸쳐 요구하고 있고 이집트 정부도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돌려 받기 위해서 수 십 년이 넘게 투쟁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 반환은 한 두 해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문제다. 자칫 반환협상이 내년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그 이후에는 공식적인 반환협상조차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합의에서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약탈이 불법행위였음을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정부가 프랑스의 약탈 행위를 합법적이라고 인정해주고 말았다. 앞서 언급한 그리스나 이집트와 같은 나라가 문화재가 없어서 '등가 방식'의 문화재 반환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둑 맞은 물건을 찾는데 사과도 못 받고 자기 물건을 주고 찾아오는 예는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외규장각 반환' 보도와 관련해서 앞서 언급한 부문은 다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보도에서는 국제관행상 문화재의 무조건 반환사례가 드물고 약탈문화재의 반환을 강제 할 수 있는 국제법도 없는 상황에서 원칙론적인 문화재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설명뿐만 아니라 학계와 국민들의 이런 입장도 전달하는 것이 당연한 언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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