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퇴출'기업명단 발표가 있던 날 신문들은 시장 반응을 살피는데 온 신경을 썼다. 더 정확하게는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증시로 달려간 신문들은 4일자 3면 머릿기사를 '...시장 실망감(조선)' '...시장 시큰둥(동아,중앙)' '...시장신뢰 미지수(한국)'로 헤드라인을 뽑아 보도했다. 외국인 증권회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퇴출기업의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고 정부의 개혁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퇴출규모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야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부실기업의 퇴출이 많으면 많을 수록 환영하겠지만 퇴출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감당해야 할 우리로서는 반드시 다다익선은 아닌 것이다. 신문의 증시눈치보기는 6일자에도 이어진다. '98년 퇴출주가 1000돌파 이번엔 얼마나 오를까(조선 경제섹션 머릿기사)' '오늘 퇴출평가 어떨까 노심초사...외국인이 관건(한국 경제섹션 머릿기사)'등이 단적인 예다. 주식시장은 무수히 많은 국내외 변수가 작동되며 흔히 투자자들은 변덕스럽기 그지 없다고들 말한다. 이번 조치에 따른 주가등락을 1차퇴출때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이거니와 외국인의 단기적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할 까닭도 없는 것이다. 부실기업퇴출의 목적은 경제체질 개선과 금융시스템의 정상화에 있는 것이지 증시를 위한 이벤트는 아니다.금융-자본시장에서 증권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고 그 증시를 외국인이 좌지우지하는 현실임을 감안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외국투자자들의 입을 빌어 시장의 평가를 대신하고 11.3퇴출을 별로 기대할 것 없는 졸작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신문들이 지적했듯이 11.3퇴출은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그러나 언론은 퇴출기업 수와 규모에 집착한 나머지 판정의 타당성에 대한 분석이나 사회-경제적 파장에 대한 대비책을 지적하는데는 소홀했다.98년이후 기업구조조정이 인원감축 위주로 진행된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었다. 그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퇴출에서 건설사가 30%이상을 차지하고 건설업종의 특성상 많은 실업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지적하고 정부의 실업대책을 따지는 신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6일자 중앙일보가 경제면 머릿기사로 '퇴출파장 5만명 일자리 잃는다'라고 보도 한 것이 고작 이다.한편 퇴출 발표전날 주요 신문들은 예상명단을 게재했다. 기업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퇴출명단을 발표 하루 전에 예상 보도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의문이다.일부 기업이름은 잘못 게재되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조선 중앙 동아 한국일보가 갑을과 갑을방적을 '회생'으로 보도했으나 채권단 발표에는 정리대상기업중 '합병'으로 분류되었다. 또 동아일보는 심사대상에 오르지도 않은 미도파를 '퇴출'로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일보는 매각합병대상 23곳중 14곳의 이름을 게재하면서 "채권단은 매각협상 차질을 우려해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본사가 취재해 확인한 명단"이라고 밝히는 무모함까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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