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이니 새 천년이니, 세상이 온통 뒤집힐 것처럼 떠들었던 소위 서기 2000년이 지고 있다. 별일 없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00년이 1999년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고 2001년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실상은 큰 변화가 있을 일이 아니었는 데 그리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서구식의 십진법 숫자 놀음에 무슨 엄청난 변화가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서기 1000년에 무슨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여기에도 언론문제가 여실히 담겨 있다. 호들갑의 주체가 언론이었던 것이다. 2000년이 되면 헌 이빨이 빠지고 새 이빨이 나듯이 이제까지 보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디지털이니 뭐니 신천지가 열리고 벤처 열풍으로 모두 부자가 되고 그래서 세상이 뒤집히고 후천개벽이 눈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떠든 것은 '언론'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도 없이 그냥 새 천년이고 뉴 밀레니엄이니까 그렇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뉴 밀레니엄의 첫해를 마감하는 호들갑의 뒤끝은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희망보다는 좌절에 가깝다. 새로운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고 디지털 신천지가 열리지도 않았으며 벤처 열풍은 거품으로 판명됐고 모두 부자가 되기는커녕 소수가 다수의 돈을 가져 그들만 부자가 됐고 후천개벽은커녕 선천의 반동만 더 심해지고 있다.뉴 밀레니엄이 진정한 뉴 밀레니엄이 되기 위해서는 언론이 바뀌어야한다. 우리들의 문제를 충심으로 진지하게 천착하는 언론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뉴 밀레니엄은 존재하지 않는 다. 새 천년도 후천개벽도 호들갑으로 열리지는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새 천년 들어서도 요지부동으로 바뀌지 않는 존재가 언론이다. 언론은 이 사회의 다른 모든 존재들에게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한치의 변화도 한 걸음의 개혁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뉴 밀레니엄의 첫해라고 할 수 있는 2001년에 언론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언론노보 296호(2000.12.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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