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마이어스 감독, 멜 깁슨 주연'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여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초능력 남자주인공의 이야기시린 겨울 푸근하고 아늑한 행복을 배달영화 담당기자들의 출입처인 `시사실'은 무척 독특한 곳이다. 여느 출입처와 달리 어둡고 시끄럽다. 기자들간 대화가 어렵고 표정 읽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시사실 분위기는 늘 차분한 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핵심줄거리를 잡기 위해 0.5촉 야광볼펜이 마치 반딧불처럼 너울대는 시사실.하지만 감동이나 재미가 없는 소위 `아닌 영화'인 경우 시사실 분위기는 이내 침묵속에 빠진다. 이따금 `수면실'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13일 개봉하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는 웃음코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 모처럼 시사실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영화다. 경쟁사를 의식,좀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시사실 특성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잔잔한 감동과 넉넉한 웃음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제작자 등 다방면에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할리우드의 신예 낸시 마이어스. 98년 `부모의 덧(The parent trap)'이후 장편 연출경력이 이번이 두번째인 여성 감독이다. 돈과 명성,어느 하나 남 부러울 것 없는,잘나가는 광고기획자 닉 마샬(멜 깁슨).어느날 갑자기 같은 회사 경쟁자 달시 맥과이어(헬렌 헌트)가 나타나 그에게 시련이 닥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달시에게 밀려 자칫 회사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직면한 것. 닉은 달시에게 뒤질 수 없다며 광고기획을 위해 여자들처럼 코팩을 붙이고 립스틱을 바르고 마스카라도 하고 스타킹까지 신어보기도 하고….이 와중에 그는 욕실바닥에 넘어져 정신을 잃는다. 전화위복이라 할까.이때 그는 여자들의 속마음과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다.영화의 웃음코드는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달시가 생각하는 것,바라는 것을 닉이 모두 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미쳤는지 아니면 조물주가 새로 선사한 신통한 능력인지가 궁금했던 닉은 정신과 의사에게 달려간다. 의사는 닉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정말 행운이에요.여자의 마음을 안다면 세상을 다 가진 거나 마찬가지죠." 닉은 이 전지전능한 능력을 달시에게 써 먹기로 작정한다.달시의 모든 아이디어를 훔쳐내고 상사로부터 다시 인정받게 된다. 자신의 속내까지 이해해 주는 달시도 마침내 닉을 사랑하게 되는데…. `여자들이 원하는 것'쯤으로 해석되는 제목 그대로 여자들의 속마음을 읽어 내려간 신예 여성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브레이브 하트'나 `러쎌웨폰',그리고 최근 개봉됐던 `패트리어트:늪속의 여우'에서 때론 삐딱한 모습의 주변인으로,때론 정의감 넘치는 영웅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멜 깁슨. 그가 이번엔 여자들의 모든 것을 알고 배려하는 매력남으로 변신,능청스런 연기를 펼친다. 97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로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에 안착한 헬렌 헌트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도회적 이미지를 한껏 뽐낸다시사실 분위기를 모처럼 후끈하게 만든 영화. 어쩌면 시린 겨울,푸근한 사랑과 아늑한 행복감을 맞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월13일 개봉. 김호일 부산일보 기자/ 언론노보 297호(2001.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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