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들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은 TV의 디지털화는 고품위와 다기능을 의미하고, 그것이 동시에 구현되는 꿈의 TV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향후 DTV 시대에 대한 정확한 예측(능력부족인지 의욕부족인지 알 수 없는)을 하지 못하고, DTV를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사회에 막대한 손실이 있고, 하루라도 빨라지면 무엇인가 거대한 이익이 생긴다는 집단 최면 같은 것이 있어, 지금 시점에서 보면 너무나 아쉬운 DTV정책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DTV 정책은 결정하는데 있어서 시청자의 입장이 배제되고 TV 프로그램이나 TV수상기를 공급하는 공급자의 오만하고 자의적인 생각만이 반영된 것은 무엇보다 큰 오류이다.우리사회에서 TV는 무엇인가.지금 우리들에게 있어서 TV는 정보와 오락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다. 그것은 우리들이 잠잘 때 쓰는 베개와 같은 것으로 있으면 그 중요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없을 때 매우 불편할 그러한 존재이다. 또 우리사회의 형편은 어떠한가?우리 사회가 미국사회처럼 넓고 큰방에서 대형 TV화면을 여러 개의 스피커를 적정한 거리에 설치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TV 프로그램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아직까지 아니, 앞으로도 상당기간 우리 사회는 TV를 감상용 매체로 느끼는 사람보다 편리한 일상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이것은 대다수의 말없는 시청자들의 생각인 것이고 지금까지의 DTV 정책이 지지부진한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며, 방송기술인들의 DTV 정책재검토 요구는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정부의 정책이란 그 권위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국가이익에 도움이 안된다면 언제나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을 만든 사람들의 체면이나 정부의 입장도 고려되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은 국익이다.그리고 그 정책이 국익에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은 절대로 국민들의 몫이다. 지금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미국방식이든 유럽방식이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책결정과정과 국민적인 합의가 더욱더 중요하다. 국민적인 합의가 없이 추진되는 정책이 좋은 결과로서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좋지 못한 결과로서 나타날 때 그때가서 그 책임을 물어서 무엇하겠는가. 앞으로 지상파 DTV방식 뿐 아니라 케이블, 위성, 데이터방송 등에서 기술적인 방식 결정을 해나가야한다.그 중심이 되는 지상파 DTV방식결정에 있어 반드시 국민적 합의가 있는 정책이 재검토 되기를 바란다.이위찬 KBS방송기술인협회장/ 언론노보 297호(200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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