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하다가 보도되면 반론청구권리 남용 여론호도...법 손질 시급반론권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그것이 알고싶다-할렐루야 기도원' 방송에 반발하며 사옥 앞에서 사흘간 폭력시위를 벌였던 기도원 측에 SBS가 15분간의 반론보도를 보장함에 따라 반론보도가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SBS노조는 노보를 통해 '반론내용이 전혀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반론권을 보장하는 것은 공정방송을 위해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을 옭아맬 족쇄가 되지는 않을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반론보도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99년 3월에도 'JMS, 구원의 문인가 타락의 덫인가' 프로그램과 관련 JMS 정명석 총재 측의 반론보도를 5분이 넘도록 방송했었다.MBC도 'PD수첩'이 99년 5월 방송해 신도들의 주조정실 난입으로 방송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은 '이단파문, 이재록 목사-목자님 우리 목자님' 방송과 관련 10차례 넘게 만민중앙교회의 반론보도를 1∼5분에 걸쳐 내보냈다.반론보도제도는 어떤 보도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제도가 아니라 보도의 당사자에게 언론사 보도를 상대로 반박을 펼 기회를 보장해 주는 절차적 권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론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언론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반론 신청인이 권한을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문제점이 빚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반론보도문을 마치 문제된 방송내용의 정정이나 사죄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특히 정부기관이나 유력 종교집단 등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강화하는 차원에서 반론권을 남용해 언론의 활동이 위축되고 올바른 여론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채영수)는 지난 8월 만민중앙교회가 MBC를 상대로 낸 반론보도 심판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신청인들의 반론보도 내용이 사실에 반하는 경우에는 반론보도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해 '반론보도의 객관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앞서 제기된 JMS와 만민중앙교회처럼 반론권을 악용하는 경우 현행법상 제재가 불가능하다.박형상 변호사는 "반론기회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사람에게는 반론의 기회를 축소시키고, 프랑스와 같이 선거직 공직자·공무원 등 권력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반론권을 배제시키거나 행사요건을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박 변호사는 또 "반론권 행사를 택한 당사자에게는 정정보도 청구권이나 다른 구제수단을 제한시켜야 하며, 과도하게 책정되는 반론 분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 반론분량 상한제도, 반론이행 고정프로그램제도 등의 채택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언론노보 297호(2001.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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