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혁명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현상은 자본가 계급(부르죠아지)이 대두하여 봉건세력, 즉 봉건지주(귀족)와 교회(교회도 역시 하나의 봉건지주이다)로부터 정치권력을 탈취했다는 사실이다."(시민혁명의 역사구조, 河野健二)이 글은 프랑스 혁명으로 시작된 근세의 시민 혁명을 묘사한 말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정치 지도자들은 모두 일정 지역의 맹주로 출발해 각자 자신의 영역을 지켜 나가며 죽을 때까지 패권을 행사하는 자들이다. 심지어 죽어서까지 맹주로 남아서 산 자들을 지배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해서 남한의 전직 대통령들 모두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 전 주석까지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들은 강력한 패권을 바탕으로 세습을 성공시키거나 기도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학자들에 따라서는 우리가 뒤늦게 봉건시대를 거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우리의 교회는 시민 혁명기의 봉건지주보다 때로는 더 적나라하게 세속적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일정 지역을 지배하며 그 맹주는 죽을 때까지 패권적 권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도전을 불허하는 강력한 권력을 토대로 세습을 기도하고 그 기도를 성공시키거나 실패하기도 한다.CBS가 2000년을 마감하는 마지막날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을 해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세세한 이유야 여기서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요약하면 교회의 패권적 권력에 세속의 정의가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신도들이 비천한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성직자를 재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교회권력의 봉건적 질서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이다. 권호경 사장이 도덕적 품성과 경영자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으나 그는 목사이기 때문에 무오류의 존재이고 그에 대한 퇴진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오히려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자들이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으니 만큼 회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어쨌거나 봉건 세력은 시민혁명에 의해 철저하게 결제가 이루어졌다. 때때로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역사의 큰 흐름은 결코 역행하지 않았다. CBS 노동조합의 두 해고자는 시간이 흐르면 영웅이 될 것이고 권호경 사장은 굳이 역사를 들먹일 만큼 긴 시간이 걸릴 필요도 없이 동정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못한 채 쫓겨 난 봉건 영주가 될 것이다. / 언론노보 297호(2001.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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