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1년 20일만에 편집국을 들어섰다. 낯섬, 어색함, 부조화. 1년만의 복귀는 이런 단어들로 부터 시작됐다.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신문지들, 팩스용지, 그리고 노트북. 10여년 동안 한 몸처럼 가까이서 보아왔던 풍경들이 그날은 그렇게도 낯설었다. 노조의 부름을 받고 5층으로 향했던 그날의 무거웠던 발걸음만큼이나 이날의 복귀도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또다시 바뀌어 버린 환경에 몸을 맞추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무거움에 스스로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일생 단 한번 찾아올지도 모를 노조위원장 역을 무사히 마쳤다는 뿌듯함은 나를 위로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 1년 어떻게 보냈는지 아스라할 뿐이다. 초조함, 줄담배, 헝클어진 머리, 고성, 분노, 소주. 그리 많은 일을 해내지도 못했으면서 지금도 떠오르는 지난 1년의 단상들이다. 지나간 것들이 모두 추억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추억으로 노조 1년을 돌아보기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더 많이 베어있다. 자신의 이익과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가장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던 것 같다. 인간에 대한 믿음, 노동의 신성성을 존재가치로 추구하는 노조에서 이를 견뎌내고 이해시키고 극복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를 지켜주었던 힘은 이보다 더한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노조의 자리를 지켜냈던 선배들의 음덕과 많은 조합원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였다. 보람있는 일도 많았다. 조그마한 도움에 힘을 얻던 조합원의 웃음 속에서, 몇마디 조언에 희망을 품은 채 돌아가던 조합원의 활달한 어깨놀림 속에서 작지만 큰 보람을 찾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노동자의 최대과제였던 산별 깃발을 세워 올리는데 조그마한 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이제 다시 일개 조합원의 위치로 다시 돌아왔다. 노조에서의 추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합원으로서 기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말이다.배병문경향신문지부 전 위원장/ 언론노보 298호(2001.1.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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