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일이 넘는 파업 기간동안 참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마다 않고 함께 걸어온 전국의 조합원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까지 노조 집행부를 믿고 함께 해 주신 그 은혜에 아직 승리로 보답해 드리지 못한 점을 무릎 꿇고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파업이 시작되는 날 말씀드렸듯이 앞으로 가나안 땅에 우리 모두가 함께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데도, 이 추운 날 조합원 여러분들이 파업의 현장에 계속 함께 해 주시기를 호소하는 제 마음은 정말 비통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끔씩 조합원들의 얼굴 하나 하나를 떠올릴 때마다 얼마나 힘들고 지쳐 있을지가 눈에 선합니다. 마이크를 통한 목소리로, 큐 사인으로 스스로의 사회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다는 욕망은 또 얼마나 꿈틀대고 있습니까? 파업의 정신적 피로에 비례해서 커지는 방송에 대한 욕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들의 존재 이유이기에, 아무도, 물론 노조 위원장인 저도 여러분께 이래라 저래라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합원들께서 방송을 하고 싶다는 유혹이 커질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00년 초 권호경 사장에 대한 경영 평가 무산에서 시작해 축 총선 승리 화분 사건, 충성 편지, 선배들의 권사장 용퇴 호소, 그리고 2000년 말 노사 실무 합의를 권 사장이 거부하기까지, 한 해 동안 CBS에서 일어났던 그 많은 일들이 우리들 각자의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CBS의 존재 의의와 관련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CBS의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돌아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 속에서 조합원 각자가 다시 스스로 결단을 더욱 굳게 하고, 그 결단을 힘으로 노조 집행부가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싸움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CBS 안에 권호경 사장 외에는 권 사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졌습니다. 외부 진행자들과 출연자들, 청취자들이 권호경 사장의 퇴진과 CBS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강해지고 있고, 권 사장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 힘들고 춥고 지치지만 권 사장은 외롭고, 더 힘들고, 더 춥고, 더 지쳐 있습니다. 우리들이 조금 더 두려움을 떨치고 서로서로 용기를 북돋울 수 있을 때 가나안 땅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민경중 CBS지부 위원장/ 언론노보 298호(2001.1.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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