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위원장 편지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있지만 새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무심한 세월은 인정을 가볍게 넘어 거침없이 흘러갑니다. 여러분들과 거리에서 함께 했던 칼날처럼 매섭던 그 겨울, 그리고 몸을 녹일 듯 뜨거웠던 지난여름도 아득히 먼 일 같기만 합니다.

동지들 앞에서 늘 쉰 소리로 투쟁을 외치다 오늘은 조금 감상적으로 흘렀습니다. 상춘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낙하산에 맞서야 하는 MBC 조합원들이 가슴에 맺혀 그런 것 같습니다. KBS에서, YTN에서 이미 많이 단련되었다 생각했는데 MBC 조합원들이 겪어야할 ‘참으로 비인간적인’ 상황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준비를 했던 일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그 시간이 온 것뿐이겠지요. 피하지 못할 일이라고 이미 각오도 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제작현장에 서면 빛나는 선한 얼굴로 후안무치, 철가면들과 매일 아침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간 힘든 상황이 올 때면 “전생에 죄가 많았다고 맘 편하게 생각하시라”며 위로해 왔는데 오늘은 그런 우스개를 던지는 것도 맘에 걸립니다.

지난 2월초 대의원회 말미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다가올 방문진, 낙하산과의 싸움에 대비해야 할 MBC 조합원들이 언론악법 투쟁에서 맨 앞에서 싸웠고 많은 힘을 소진했다. 간부는 물론 조합원들까지 기소되고 징계 받고, 적잖은 조합원들이 제 일자리에서 떠밀려 나왔다. 조합의 물적인 손실도 많았다. MBC 노조가 강하고 잘 싸운다고 그냥 바라볼 일이 아니라 외롭지 않도록 힘을 보태자...”

모두 잘 알고 있는 얘기를 제가 앞서서 얘기했습니다. 위로와 격려를 겸해서요.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참으로 하나 뿐인 재산은 어려울 때 뭉치는 것, 그것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거지요. 누구보다 MBC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을 KBS를 비롯한 방노협의 든든한 지본부장과 조합원들이 건재합니다. 해직 2년째를 맞는 YTN 여섯 형제들의 꽉 찬 경험도 모두 우리의 것이지 않습니까? 전국 방방곡곡 건강함을 잃지 않고 있는 신문사 조합원들이 지면과 여론으로 거들 것입니다. 작지만 열심인 지부와 분회의 조합원들도-소싯적 표현으로- 모두 ‘우리 편’입니다. 지난겨울 격심한 분노로 몸을 넘치게 굴리다 좀 부실해진 저도 봄바람만 불면 살아나는 체질입니다. 혹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쇠심줄 고집으로 버티겠습니다.

MBC 이근행 본부장과 조합원 동지들, 힘내십시오. 그리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힘들 땐 힘들다고 해 주십시오. 그것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묶을 것이라 믿습니다.

새봄, 조합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3월 2일  최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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