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7일 민실위 보고서>

<3월17일 민실위 보고서>

청와대를 담당하는 사진기자단이 MB정부 2주년을 기념해 보도사진전을 열고 있다. 대부분 대통령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사진들이다. 청와대 홍보실에서 사진기자단에게 전시회를 요청했고 기자단이 이를 수용했다. ‘국민과 함께 한 2년’이라는 전시회 제목도 기자단이 직접 정했고, 사진 선정과 설명문구 작성도 기자단이 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 비슷한 사진전이 열린 적이 있지만, 주최가 기자단이 아니라 청와대 공보수석실이었다. 정부 출범을 기념해 기자단이 직접 총대를 메고 홍보성 전시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사진기자단이 큰일을 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의 이번 전시회를 놓고 여론이 뜨겁다. ‘보도사진전이 대통령 홍보전시회로 변질됐다’ ‘전형적인 권언유착이다’는 등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비판들이 언론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기자X들’이라는 총체적 규정으로 굳어지는 법이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이번 사진전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상당부분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국민들의 평가와 별도로, 같은 언론인으로서 이번 전시회를 짚어보고자 한다. 아무리 역지사지를 해 봐도, 청와대 사진기자단의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자단의 이름으로 이런 홍보성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뿐 아니라, 청와대측의 부탁을 받고 했다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제목이다. ‘국민과 함께 한 2년’은 결코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라 할 수 없다. 기자들이 중립적 시각을 버리고 이렇게 가치편향적 제목을 뽑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진마다 붙어있는 설명문구들도 기자의 글인지, 청와대의 글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기자로서의 상식선이 무너진 것이다.

대통령이 함께 했다고 하는 그 2년 동안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촛불시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4대강 논란, 삼성 문제, 용산참사, 언론장악, 노조 탄압, 교육비리 등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국민과 함께 했다는 대통령의 사진들 속에서는 그런 일들의 흔적조차 엿볼 수 없다. 공과(功過)와 명암(明暗)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공’과 ‘명’만을 강조한 것은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다.

이번 전시회가 과연 기자단의 행사인지, 기자단의 이름을 빌린 청와대 행사인지 분명치 않다. 기자단의 행사를 청와대가 앞장서서 홍보자료로 올리고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사이버 관람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원이 기자단을 홍보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도대체 청와대가 전시회를 어느 수준까지 지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전시회는 출입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서 긴장감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상호 비판적 견제 관계가 아니라 점점 상호 일체화되고 있다. 이는 사진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취재기자들에게도 공통된 현상이다. 청와대의 시각이 취재기자의 시각으로 둔갑해 보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와대 1년 출입하면 기자가 아니라 청와대 직원”이라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현실이 돼 버렸다.

청와대는 권력의 정점이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각 언론사의 이른바 대표선수들이다. 그런 만큼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의 책임도 청와대 기자들에겐 더욱 막중하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의 기자 길들이기가 성공한 것인지, 아니면 기자들 스스로가 순치의 길을 택한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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