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근본을 생각하라’ 중국 남북조 시대 때 한 관료가 망한 자신의 고국을 생각하면서 지은 글귀로 근본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자주 인용되고 있다.

 과거 이 글을 한 장학재단에서 인용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당시 이렇게 받아들여졌다. ‘누가 당신에게 돈을 대주는가. 그 근원을 생각하고 행동하시오’ 물론 그런 뜻으로 사용된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이건희 씨의 삼성 복귀 뉴스를 접하면서 자꾸 ‘음수사원’이란 단어가 맴돌았다. 그리고 질문을 해 봤다. 한국에서 가장 큰 광고주는 누구인가? 광고를 잘 다룰 줄 아는 기업은 어디인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곳은 어디일까? 답은 하나였다.
 그동안 삼성은 자사에 비판적인 논조를 지닌 매체에게 광고 집행을 하지 않아 왔다. 그리고 이 씨의 사면, 활동 재개 등을 앞두고 이들 매체에 ‘광고’로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현재 그나마 받는 돈의 근원을 생각하라. 그것은 우리의 돈이 아닌가. 그렇다면 언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물론 이 같은 내용을 삼성이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삼성은 이 같은 효과를 부수적으로 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즉 삼성을 비판한 신문사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고민은 다른 언론사들의 위축 효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삼성의 압박이 다른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광고주’의 입김을 벗어난 경영체제 마련 시도, 시민사회 단체의 삼성 불매 운동 등도 불러왔다.

 이미 한국사회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며, 이럴 경우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언론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낸 것과 친 정권적 뉴스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또한 자본-언론 유착에 우려를 표명하며, 삼성 X-파일을 폭로한 MBC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현재 언론환경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은 노골적으로 자행돼 지난해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22단계가 후퇴한 69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또한 재벌과 조중동이 짝을 이뤄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을 소유할 수 있게 한 법안까지 날치기로 처리되기도 했다. 그리고 삼성 비판을 담은 책 ‘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 씀)는 언론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기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원점에서 보자. 언론노동자들이 언론인이 되고자했던 이유는 ‘성역 없는 취재’와 ‘진실을 알리는 것’ 등 사회와 민주주의의 확대 발전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론계에 발을 딛고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몸으로 부딪쳤던 선배들을 보면서 ‘자유언론은 바로 언론종사자들의 실천 과제’라는 것을 익혀왔다. 언론노동자에게 음수사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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