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SBS본부가 전체 조합원 중 96.4% 투표에 90.9%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파업안을 가결시켰습니다. SBS 창사 2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방송독립’을 기치로 내건 SBS본부의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과연 가결시킬 수 있을까, 가결된다면 투표율과 찬성율은 얼마나 될까 등등 여러 얘기가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여기저기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SBS본부가 파업찬반투표 개표를 하던 순간 저 멀리 진주에서는 경남일보지부가 전면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이미 지난 1월 조합원 전원찬성으로 파업결의안을 가결시켰던 경남일보지부는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흥치 회장이 ‘사퇴번복 사기극’을 벌이자 이에 맞서 곧바로 전면파업에 돌입한 것입니다. 그 결과 경남신문은 30일자가 발간되지 못했습니다. 신문사지부가 전면파업에 돌입하더라도 감면발행 돼왔던 전례에 비춰 이 역시 '놀라운‘ 일입니다.

언론노조 지본부의 최근 투쟁과 관련, ‘놀랍다’는 평가를 받은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KBS계약직지부의 투쟁 역시 가장 힘든 비정규직 문제였다는 점에서 반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KBS계약직지부 조합원들은 이미 해고 상태이거나 오는 6월이면 모두 해고되거나 자회사로 전적되는 처지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럼에도 9개월여의 억척스런 투쟁 끝에 전체조합원의 60%가넘는 70여명을 무기 계약직으로 복직시켜냈습니다.

대전에 있는 충청투데이지부의 투쟁 또한 지역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편집국기자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9월 결성됐던 충청투데이지부는 출범 초기 지부장과 노조에 우호적인 간부들에 대한 사측의 부당인사 및 전보, 해고 및 각종 회유와 협박 등으로 숨쉬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참언론인으로 살고싶다’는 기치아래 똘똘뭉친 편집국기자들은 전면파업까지 단행했습니다. 현 사주아래서는 미래도 희망도 없다고 판단한 조합원들은 결국 ‘자발적 퇴사’를 결심했고 25명중 22명이 행동을 같이했습니다. 언뜻 ‘패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이 주도하는 ‘금강일보’라는 새로운 지역일간지가 오는 4월중 창간되면 ‘만루역전’이 현실화될 것입니다.

집행부 파업결의에서부터 조합원 파업찬반투표, 그리고 실제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 하나하나가 ‘폭탄’이고 ‘고뇌’입니다. 가고 싶지 않지만 갈수밖에 없고 일단 총파업에 돌입하면 쉽게 멈출 수도, 뒤돌아볼 수도 없습니다. 총파업에 돌입한 경남신문지부 조합원들에게는 ‘희망을 품고 앞으로 전진하자’라는 인사와 함께 조만간 뵙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SBS본부 조합원들에게는 총파업 의결과 총파업 실행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에 여러분의 판단과 결정을 믿고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KBS계약직지부나 충청투데이지부 모두 조합원들의 흔들림없는 단결과 믿음이 있었기에 기나긴 투쟁을 견뎌내고 ‘희망’을 찾아 나섰습니다. SBS본부, 경남일보지부 조합원들 역시 그럴 것이라 확신하며 ‘놀라움’이 ‘만세’로 바뀔 날을 기다립니다. 아울러 이미 질긴 싸움에 돌입한 MBC본부 조합원 여러분들께도 ‘믿음’과 ‘존경’을 보냅니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