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우려스러운 정치팀 여론조사 보도

지난 11일부터 예정됐던 KBS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TV 토론이 한 차례 무산됐다. 이미 본부 성명서를 통해 토론이 무산된 이유와 문제점에 대해 조합원들이 인식을 공유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 또 벌어졌다. 토론 무산과 관련한 KBS 정치팀의 보도 태도다. 1차적 책임이 우리 KBS에게 있음이 분명한데도 민주당이 토론 무산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판단 아래 토론이 무산된 책임을 토론을 거부한 후보들에게 돌리고 여,야 공방으로 사안의 본질을 물타기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KBS 보도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사실상 ‘보도국 정치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최근 정치팀의 보도에서 석연치 않은 움직임들이 엿보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 보도다. 정치팀은 선거방송프로젝트팀과 별개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어도 두 차례 후보 지지율을 포함한 여론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해 보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팀의 첫 여론조사 보도가 지난 6일과 7일 있었다.

5월 6일
▶ KBS 여론조사서 오세훈, 한명숙 크게 앞서
▶ 유권자 의제 1순위, 일자리 창출·고용 안정
▶ 국민 70% “천안함 침몰 사태, 북한 개입”

5월 7일
▶ [KBS 여론조사] 세종시 수정안 찬성 ‘46.6%’

첫 여론조사를 통해 보도된 것은 위 4가지다. 후보 지지율과 유권자 의제 순위, 천안함 그리고 세종시에 대한 여론이다. 우리는 여기서 공정성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유권자 의제에 대한 부분이다. KBS가 자문단과 협의해 설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10가지 유권자 의제 항목에는 4대강이나 세종시와 같은 핵심 선거이슈가 들어있지 않다. 또 다른 선거 핵심 이슈인 무상급식 문제도 무상보육과 묶어 처리했다.(이는 정치팀이 지난 5월 13일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는 세종시, 4대강, 무상급식 등’이라고 보도한 것과도 배치되고 있다.)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가 정말 일자리 창출인지 되묻고 싶다.

둘째, 앞서 밝힌 주요 선거 이슈(4대강, 무상급식, 세종시) 가운데 유독 세종시에 대해서만 따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한 점이 궁금하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격돌지로 거론되는 수도권 3곳에서 모두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여론이 기대처럼(?) 찬성이 더 높기 때문인가? 4대강과 무상급식 문제는 세종시처럼 조사를 했는데도 결과가 기대와 달라(?) 보도를 안 한 것인가? 아니면 조사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인가?

셋째,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하면서 천안함에 대한 여론조사를 함께 실시해 보도한 이유를 묻고 싶다. 리포트를 보면 적어도 2문항 이상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태가 이번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KBS 정치팀은 선거 여론조사에 천안함 사태를 끌어들였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KBS는 천안함 사태를 통해 ‘北風’이라도 불기 바라는 것인가?

정치팀은 이 모든 것을 지난 3월 발족한 선거보도자문단과 협의하고 보도준칙에 따라 방송했고 따라서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외부사람에게나 할 공식적인 답변이지, 우리 내부의 이른바 ‘선수들끼리’ 할 말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제기한 우려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 전례처럼 여론조사 질문지와 분석 결과를 가감 없이 모두 인터넷을 통해 공개해야 할 것이다.



[TV]
괴조직 MC선정위원회의 실체를 밝힌다


기준도 없이 사측간부들끼리 결정하는 전형적 밀실 조직

지난 5월 3일 봄개편까지 소위 MC선정위원회는 TV제작본부장을 위원장으로 교양국,기제국,예능국,아나운서실,편성본부에서 국장급 간부들로 구성돼 총 5차례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사측은 MC선정위원회가 과거부터 운영돼 왔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먼저 밝혀둔다. 이번에 MC가 교체된 11개 주요 프로그램에 직접 확인을 해봤다. MC교체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프로그램은 2개 정도에 불과했다. 국장이나 다른 간부진들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CP와도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제작진들은 대부분 이런 처사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KBS의 편성규약에는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편성·보도·제작상의 의사결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그 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권리를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MC선정위원회는 그 운영방식과 평가기준이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으며 제작실무진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사측 고위간부들이 일방적으로 결정권을 휘두르는 불법조직이다.

온갖 잡음과 의혹의 온상지가 될 것

사측은 MC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미발위원을 역임했고 이 문제 때문에 KBS에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 이병혜씨를 ‘한국 한국인’의 MC로 내정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철회를 한 적이 있다.

이번 MC 교체 과정에는 많은 루머와 억측이 난무했다. 사내 모 인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느니, 외부 MC후보 모씨는 사내 모씨와 골프친구라느니, 별의별 이야기가 많았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MC선정위원회와 그 결정에 대해 사내에는 극도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출발 동기 자체가 미심쩍은 데다 사측 고위간부들 몇몇이 모여 대단한 비밀인양 쉬쉬하며 결정을 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그 결정을 신뢰한다는 말인가.

제 2, 제 3의 김제동을 만들지 말라

사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MC선정위원회가 새노조 조합원 아나운서나 ‘색깔이 달라 보이는’ 외부 MC들을 배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 이번 개편에서 몇몇 새노조 소속 아나운서들은 본인과 제작진의 의사와는 달리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했고, 새노조 소속 아나운서를 MC로 기용하려다 위로 부터 묵살된 경우도 있었다.

노조가입 여부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임이 알려진 이후 노조탈퇴를 노골적으로 종용하는 사례는 줄어든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인사나 업무상 불이익을 주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괴조직 MC선정위원회를 완전히 퇴출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이를 악용하는 시도를 계속해서 감시해 나갈 것이다.



[라디오]
라디오 특위가 말하는 ‘KBS 라디오의 현주소’ 2탄
방송은 국민을 향할 때 사랑 받는다

●● 패배주의의 근원

2008년 가을 개편을 앞두고 라디오1국장이 채널 정체성을 <뉴스·시사 채널>에서 <종합교양 채널>로 바꾸자고 제의했을 때, 대부분의 1라디오 PD들은 이에 반대했다.

일선 PD들 스스로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고달프지만 24시간 뉴스시사채널로의 전환이 라디오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청취율 상승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장의 ‘제안’은 곧 ‘현실화’되었고 채널의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져갔다 (1편의 청취율 변화 추이 참고). <종합교양>으로의 1라디오 탈색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수구세력들이 ‘빼앗기 10년’ 동안 수도 없이 주장해온 내용이며 그들이 정권을 잡게 되면서 본격적인 ‘손봐주기’에 돌입한 결과이다.

그 결과, 제작과정에서 일선 PD들의 고민과 목소리가 차단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PD들의 분노는 무기력증으로 치환되기 시작했다. “권력을 잡은 사람 맘대로 한다는데 뭐라고 하겠냐”,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하지 않겠냐”하는 간부들의 회유와 자조는 일선 PD들의 어깨를 더욱 쳐지게 만들었다. 제 목소리를 내려는 중견급 PD들을 대거 타부서와 지방으로 보내면서 남아있는 새끼(?)PD들은 프로그램을 배우기도 전에 좌절과
무기력함을 먼저 배우게 되었다.

이러한 무기력함은 ‘패배주의’로 변이되어 1라디오를 휘감고 있으며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 해결책 또한 결코 개인의 지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누구를 위하여 방송을 만드는가?

PD : “용산참사 수사발표, 정국에 미칠 파장은?”이라는 제목으로 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국장 : 그 아이템은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PD : 안 그래도 검찰 수사발표가 연기됐으니까 다음 주 월요일날 할까요?
국장 : 수사발표 후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논란이 있는 사안의 검찰 수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역할이 아니다.
PD : 이미 여야의원들이 섭외가 끝난 상황이고... 사안도 심각하지 않습니까?
(다음날)
국장 : ‘용산참사’라는 용어는 안 썼으면 좋겠다. 다른 제목을 연구해봐라.
PD : ‘용산화재사고/용산사태/용산참사’ 중 하나는 꼭 써야합니다. ‘용산참사’는 이미 보도국에서도 쓰고 있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도저히 다른 제목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2월 용산참사 당시 있었던 라디오 1국장과 “KBS 열린 토론” 담당 PD의 대화는 1라디오 추락의 원인과 해결책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권력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는 방송을 만들어 눈도장을 찍고자 하는 간부들의 보신주의(補身主義)는 제작진과 책임자간의 성의 있는 대화나 게이트키핑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조차 원천 봉쇄하고 있다. 그 분만 ‘들으시기에 좋은’ 방송을 한 결과는 수많은 청취자들의 철저한 외면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1라디오가 살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은 해바라기성 간부들이 아무런 객관적인 근거 없이 개인적인 ‘감’에 근거한 채널운영이나 채널경쟁력보다는 본인의 사내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라디오 주파수를 음악채널이 아닌 뉴스채널에 맞추는 청취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행히도 우리에겐 그동안 뉴스의 소비자들이 어떤 뉴스를 원하지를 짐작할 수 있는 데이터와 조사결과들이 있다. 이 자료들은 간부 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고 소비자의 요구(Needs)를 정확히 짚어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이를 토대로 1라디오 채널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또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편성전략과 프로그램구성에 대해 책임자와 제작진간의 민주적인 토의와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민감한 이슈에 있어서 좌우를 막론하고 마이크를 들이댈 수 있는 사명감과 시사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간부들은 일선 PD들과의 기탄없는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이것이 공영방송의 뉴스채널로서의 1라디오를 살릴 수 있는 시급하고 중요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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