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위원장 편지]
KBS 동지들의 파업에 1만 4천 언론노조 조합원 모두가 한뜻, 한 몸으로 함께해 주십시오

다시 뜨거운 7월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더위에 가족들 모두 건강하신지요? 저희 집은 아이들 둘 다 오랫동안 잔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7월과 함께 잦아져 마음을 놓게 되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올해도 만만치 않은 여름이 될 것 같습니다. 몸이 작년의 더위를 기억해내자 자연스레 머릿속 생각도 작년 7월로 돌아갑니다.

7월 22일 오후 2시, 언론악법 국회 날치기 처리...

숨 막히는 국회 계단 앞에서 700여 명의 조합원과 시민들이 땀에 범벅이 되어 처절하게 구호를 외치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싸우자며 기꺼이 국회 본관으로 진입했던 지부장들의 그 결연했던 눈빛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중과부적, 경찰의 비호 아래 미리 국회본관에 불법 잠입해 있던 500명도 넘는 한나라당 당직자와 보좌관들에 맞서, 밟히고 채이면서도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던 야당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저희를 보고 화살과 식량을 싣고 온 원군처럼 반기던 그 뜨거웠던 환호성도 귓속에 쟁쟁합니다.

부당하게 국회출입을 금지당하고 바로 경찰서 유치장으로 끌려갔던 광주 MBC, 춘천 MBC 조합원들의 쑥스러워하던 표정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날의 뜨거웠던 몸짓으로 30여 명의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지만 단 한 점의 후회도 없습니다. 우리의 치열한 저항이 있었기에 이명박의 주구들은 재투표, 대리투표라는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결국 언론악법 날치기는 위헌․위법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다수의 힘으로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언론악법은 앞으로 반드시 재개정되어야 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투쟁으로 비정규직보호법 개악도 막을 수 있었고, 마스크 방지법 등 100여 개의 반민주악법도 생명이 끊어졌습니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언론장악 저지 투쟁에 나서주셨던 조합원 동지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시 7월입니다.

1일 첫날부터 KBS 본부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2년간 온갖 굴욕과 수모를 견디며 와신상담했던 KBS의 동지들이 드디어 일어섰습니다. 다가올 고난을 뻔히 알지만 국민의 방송 KBS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리기 위해, 언론인의 자존과 긍지를 회복하기 위해 깃발을 올렸습니다. 저는 어제 파업출정식에서 KBS 조합원들에게 ‘몸을 던지라’고 감히 요구했습니다. 1만 4천 언론노조 조합원 모두가 한뜻, 한 몸으로 이 싸움에 함께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처럼 당당하고 의연하게 투쟁의 선두에 서겠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께도 함께 대열에 서줄 것을 요청 드립니다. 우리의 투쟁은 시간의 문제일 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작년보다 더 뜨거운 7월이 될 것 같습니다.

조합원 동지들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아, 그리고 혹시 아이들이 잘못하더라도 따뜻하게 말해 주십시오. 저는 요즈음 피곤해서인지, 수양이 덜 돼서인지 저희 집 둘째의 가슴을 아프게 할 말을 많이 해버렸습니다. 반성하고 있는데도 마음이 영 편치가 않습니다. 좋은 아빠, 엄마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PS : 어제 밤늦게 인터넷 기사를 보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화물연대 김달식 위원장이 교도소 안에서 조중동 절독운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박종태 열사 추도식 때 순박하면서도 당당하고 우렁우렁하던 그의 추도사가 떠오릅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교도소 높은 담장 너머로 감사와 격려의 편지를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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