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사태 왜곡보도 극심1,750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의 정리해고에 맞선 대우차 노동자들의 격렬한 시위가 계엄령을 방불케하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맞서 보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각 신문·방송은 이를 단신처리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강변하고 노조의 폭력성만을 강조하는 보도태도로 일관하고 있다.지난 24일 민주노총은 부평 등 전국 6곳에서 1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리해고 분쇄 김대중 정권 퇴진 결의대회'를 열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KBS는 이날 집회 보도에서 애초 집회장소였던 부평역 광장을 원천봉쇄하고 역 안까지 난입해 시민들까지 무차별 연행하는 등 경찰의 불법성과 폭력성은 외면한 채 '화염병과 돌이 쏟아지는 전쟁터' 'LPG통까지 등장해 위험한 상황' 등의 묘사를 통해 노조의 시위방법만을 문제삼았다. 노조가 주장하는 정리해고의 부당성이나 대우사태 해결에 대한 의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SBS와 MBC 메인뉴스는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MBC는 지난 2일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의 처지를 다룬 '1,750명의 해고통지서'를 방송해 큰 호응을 얻었다.민주노총이 20일 부평역에서 3천여명의 조합원이 운집한 가운데 개최한 집회에 대한 신문기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회 다음날인 21일자 동아일보는 집회기사는 나열식 중계로 그친 채 노조 집행부 검거 기사를 중심으로 내보내며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대한매일은 더 나아가 '대우차 살길 해외 매각뿐'기사를 통해 정권과 재벌의 주장만을 그대로 대변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은 이날 시위에 대해 '경찰피해'와 '검거'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등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중계식 보도에 그쳤다. 20여명에 이르는 노조 부상자들에 대한 보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특히 대부분의 신문·방송 기사는 19일 부평공장 진압 뒤에 '관리직 사원들만이 출근해 공장 안팎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이를 근거로 '공장이 곧 정상화 될 것'이라고 부분적 사실을 근거로 전체 상황이 호전된 것처럼 추측 보도했다.김우중 체포결사대 보도도 미흡했다. 대우사태의 진상을 국제기구에 알리고 도피중인 김 씨를 찾아내기 위해 24일 파리에 도착한 체포결사대를 단독기사로 보도한 곳은 KBS SBS와 한겨레 대한매일 세계 한국 뿐이었다. 프랑스 2TV와 3TV, 르몽드가 결사대 인터뷰까지 갖고 한 TV방송국이 동행취재까지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언론의 이같은 왜곡·축소 보도에 따라 국내에서는 대우사태를 잘 알지 못하는 반면, 충실한 외신보도를 통해 오히려 외국에서 더 잘 알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의견의 대립과 충돌이 있을 경우 양자의 입장에 모두 귀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동일 비중으로 보도하는 것은 공익언론의 철칙이다. 더구나 한쪽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매도되거나 왜곡되고 있을 때 이를 바로잡고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보도윤리에 해당한다. 대우자동차 노동자 투쟁에 대한 보다 본원적인 보도자세와 사태해결을 위한 대안제시의 노력이 요청되고 있다./ 언론노보 301호(2001.3.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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