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권력에 의한 방송 장악만을 탓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새롭게 말하고, 새롭게 행동하겠습니다. 더는 권력에 의한 방송 장악만을 탓하지 않겠습니다.
KBS가 오늘 이 모습으로 전락해 국민의 지탄을 받는 원인을 KBS 밖에서만 찾을 순 없습니다.

 고백합니다. 국민의 방송 KBS를 지키기 위해 KBS 인들이 저항하고 싸웠지만, 국민의 마음을 울리지 못했고, 부족했습니다. 많은 KBS 인들이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고 부당한 탄압에 맞서 싸우다 징계를 받고 지방으로 쫓겨났지만, 좀 더 처절하게 몸을 던져야 했습니다.
 그것이 국민의 요구입니다.


 지난 2년, KBS는 ‘눈부시게’ 빛을 잃어갔습니다.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수많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눈과 귀가 되어 달라고 했지만 KBS는 다른 길을 갔습니다. 권력과 사회적 강자를 감시하고 모순을 파헤치던 탐사보도는 사라졌습니다. 열린음악회는 이병철 탄생 기념 특집으로 ‘자본’에 열리고, 청와대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 보도는 9시 뉴스에서 삭제됐습니다. 4대강, 무상급식, 세종시 문제 같은 사회적 의제와 논쟁은 KBS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마침내 KBS에 파업의 불길이 타올랐습니다.
KBS를 살려내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첫 출발입니다.

 파업을 시작한 우리는 자신을 ‘KBS 새노조’라고 부릅니다. 900여 명의 KBS 인들이 모여 새노조를 만들었고, 처음으로 국민의 요구에 파업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지금 파업은 ‘새노조’를 인정받고 단체협약을 맺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KBS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공정방송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할 것입니다.

 KBS를 되살리기 위한 파업을 승리로 이끌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을 호소합니다.

 늦었습니다. “왜 KBS에는 싸우는 사람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제야 '새노조‘가 나섭니다.
늦은 만큼 더 끈질기게 지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KBS의 가장 강력한 항체가 되고자 합니다.
단단한 벽을 깨고, 자신을 깨우기 위해 이제 몸을 던집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은 열립니다.
쓰러져도 무릎 꿇진 않겠습니다.
쓰러지고 다시 쓰러지고, 그 자리에 또 쓰러지면 마침내 새길, 새 희망은 탑이 되어 솟아오릅니다.

 국민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방송을 멈추고 KBS를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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