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자 민실위 보고서>

청와대가 진통 끝에 새 홍보수석 임명을 마무리했다. 실세 중의 실세로 군림했던 ‘마고’(마사지와 고소) 이동관 선생의 후임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했지만, 애초 내정자가 보도까지 나간 마당에 자리를 고사했던 터라 과연 누가 낙점될 지 세간의 관심이 컸다. 낙점을 무르와 청와대로 달려가 홍보수석 임명장을 받아든 이는 홍상표 씨였다.

청와대는 홍상표 씨를 가리켜 정통 언론인이자, 국민 소통의 적임자라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뽑아 놓고 악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청와대가 이리 규정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이것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 전해질 때는 언론이 공인한 인물평이 된다.

이른바 ‘인사 기사’를 쓸 때 기자들은 비교적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으며, 취재원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새 홍보수석 내정 기사도 그랬다. 내정 사실과 주요 경력에, 덕담이랄 수 있는 청와대의 인물평이 걸쳐졌다. 인지상정이라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나, 올바른 보도 행태라고는 할 수 없다. 비록 청와대의 평가를 단순 전달했다 해도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고려하면 최소한 청와대 평가가 합당한지, 반론은 없는지 따져 봤어야 했다. 따질 시간이 부족했다면 일방적인 인물평은 빼는 것이 공정하다. 홍상표 씨가 내정 당일까지 상무로 재직했던 YTN의 경우 청와대의 인물평을 그대로 전달하여 보도보다는 홍보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5년 전 YTN의 이른바 ‘줄기세포 청부 취재’ 파동 때 YTN의 왜곡 보도를 밝혀내고 그 책임자인 당시 홍상표 보도국장을 비판했던 MBC도 ‘홍상표 홍보수석 내정’ 기사는 검증도, 반론도 없이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만 담당했다. 오히려 KBS는 인물평 없이 사실관계만 전했으니 그나마 인물 홍보는 하지 않은 셈이다.

혹시 홍상표 씨에 대한 청와대의 인물평에 반론은 없는 것인가? 홍보수석으로 매우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주장이 언론단체와 야당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부적격 사유가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극히 일부 매체에서만 다뤄졌다. 정부 여당의 조치를 보도할 때 거의 기계적으로 따라 붙는 야당 반응 기사도 어찌된 영문인지 찾아보기 어렵다. (주초까지 야당 반응 기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수정할 필요 없고, 만약 주요 방송사에서 보도 된다면 수정 필요...‘기계적으로 따라 붙는 야당 반응 기사도 며칠이 지나고서야 구색맞추기로 등장했다.’)

장관과 달리 청와대 참모진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장관 못지않은, 때로 장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만큼 철저한 검증과 견제를 받아야 한다. 그 임무가 언론에 부여되어 있다. 홍보하는 언론이 아닌 보도하는 언론을 기대한다.

2010년 7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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