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가 한 달째 진행 중입니다. 그 한 달은 준 내전상태였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정치적이지 않은 사안이 어디 있겠습니까. 야당은 세무조사보다 더 정치적이었고 언론은 더더구나 정치적이었습니다. 밖으로만 드러난 힘 겨루기가 이만치 읽히니 속으로는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특별대책반이니 특정인 비리캐기 얘기도 들립니다. 점입가경입니다. 그러나 우울합니다. 세무조사에 대한 언론노조의 입장은 한결같습니다. 환영하고 철저히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며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 그리고 언론은 거듭나는 계기로 삼자는 것입니다. 조사결과 공표는 이제 전 국민의 관심사이자 알권리가 돼버렸습니다. '법 상 안 되지만 국민들의 요구가 너무 높아 고민'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DJ다운 발언입니다. 조사결과는 반드시 공개돼야 합니다. 결과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라는 세간의 의혹을 자인하는 것은 물론 전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됩니다. 차라리 시작하지 않음만 못함은 물론 언론개혁은 사실상 원점입니다. 결과공개는 언론사에도 유리합니다. '미래는 지금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구악을 타파해 나가야 한국 언론의 내일도 열립니다. 한국 언론은 더 이상 비밀의 성으로 남을 수 없습니다. 털어 먼지 나면 털어 버려야 합니다. 투명하게 거듭나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 언론의 경쟁력 제고이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가가는 길입니다. 지금 당장 보다는 미래를 봐야 합니다. '남을 비판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준엄해야 한다.' 문화방송 사장이 된 김중배 씨의 취임 일성입니다. 가슴에 담을 말이지만 또한 다 아는 얘기입니다. 정치권력과 재벌을 감시 비판하고 전 지구적 경쟁속에 있는 한국 언론입니다. 불편부당(不偏不黨) 정론직필(正論直筆), 이제는 실천해야 합니다. '세무조사 공방'이 후세의 부끄러움으로 남아서는 안될 일입니다. '얼론 길들이기'라는 '말이 안 되는 말'은 또 어떻습니까.우리에게는 천금과 같은 기회입니다. 국민의 힘으로 정치적 악용을 막아낸다면 그야말로 한국 언론과 국민들에겐 복음입니다./ 언론노보 301호(2001.3.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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