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과 28일 대부분의 신문들은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를 인용 보도하면서 `한국정부 언론 간접통제-세무조사ㆍ광고 압력 통해'(조선), `한국정부 언론에 간접 영향력-세무조사 위협 등으로 자기검열 유도'(중앙), `한국정부 언론에 간접 영향력-세무조사로 자기검열 유도'(동아), `한국언론 세무조사 자기검열 유도할 것'(한국), `언론 세무조사로 정부 비판 견제'(경향), `한국정부 언론에 간접 영향'(국민) 등의 제목 아래 언론관련 사항을 부각시켰다.언뜻 보아서는 현재 진행되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겨냥한 것 같지만 이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은 세무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말이며 미 국무부는 96년 이후 해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더욱이 상당수 신문들은 "기업 세무조사에 대한 잠재적 위협과 광고주들에 대한 압력은…자기검열을 유도하는 것으로 믿어진다"는 대목을 두고 `언론사 세무조사'로 말을 뒤바꾸는가 하면 조선은 `잠재적인'을 `최근'으로, `영향력'을 `통제'로 오역하는 `의도적 혐의가 짙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의 워싱턴 특파원은 28일자 취재수첩을 통해 신문들의 아전인수식 보도를 꼬집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하루 전 문화는 `북 인권 아직 열악'이란 제목 아래 북한 관련 대목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한편 남한 언론에 대한 내용은 현재 진행중인 언론사 세무조사와는 무관하다고 보도했다.자사 입장에 유리한 부분만 인용하며 오해를 부추기는 제목을 다는 사례도 많다. 동아는 28일자 2면에 획기적인 인사쇄신을 촉구한 MBC 노동조합의 성명 내용을 보도하면서 "MBC 간부들 정치권 줄대기 심각"이란 제목을 달았다. 제목만 보면 마치 현직 MBC 간부들의 정치권 줄대기가 심각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기사에 인용된 성명 내용은 지금까지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다.조선의 26일자 기사도 "일부 정치권이 제기하고 있는 `정권이 정권 재창출을 위하여 신문개혁에 방송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구심도 해소시켜야 한다"는 MBC 노조의 주장을 인용 보도하며 "신문개혁 위해 방송이용 의심"이라는 제목을 뽑아놓았다.2월 22일 서경석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의 한나라당 초청 간담회 발언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신문들은 "언론 길들이기 의심 여지없어"(중앙), "정부 주도의 시민운동 곤란…세무조사는 언론 길들이기"(조선), "언론사 세무조사는 길들이기"(동아)라는 제목을 뽑았다.본문 기사 역시 동아는 서경석 사무총장이 김대통령과 현정권을 비판한 대목만 소개했으며 중앙도 대부분 현정권 비판 내용으로 채운 뒤 맨 뒤에 한 단락만 한나라당에 대한 주문을 언급했다. 조선은 첫 단락에서 "시민단체와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고 보도하며 뒷 부분에 한나라당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일부 인용했다.반대로 세무조사에 대해 지지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대한매일은 "언론사 세무조사 불평할 순 있어도 반대는 옳지 않다"는 제목을 달았다. 한국은 "시민운동 포퓰리즘 휩쓸려"란 제목 아래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내용이나 여야에 대한 지적은 빼놓은 채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만 소개했다.신문윤리강령 실천요강 제3조는 `보도기사는 사실의 전모를 충실히 전달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사에게 불리한 대목은 빼고 유리한 부분만 전달하는 것도 보도준칙을 명백하게 어긴 `잘못된 기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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