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배후에‘BH'(Bluse House; 청와대)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총리실사찰 문건이 폭로됐다. 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본부가 3월30일‘Reset KBS뉴스 9’에서 보도한 총리실 사찰 내부 문건에는 ‘BH' 하명에 따라 KBS, MBC, YTN 임원진 교체 방향에 대한 보고와 함께 민간인들에 대한 불법적인 사찰 내역이 들어 있다.

이번 사찰 문건을 살펴보면 지난 2008년부터 언론계에서 벌어진 일방적인 낙하산 사장 선임, 공정보도 마비 상황, 공정방송사수 투쟁을 벌였던 언론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징계 등 사태 배후에는 청와대가 자리 잡고 있음이 명확해진다.


언론노조는 언론장악 사태 및 민간인 사찰에 대한 책임을 청와대에 묻고,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2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방송사 사장을 좌지우지하고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라며“(현 정권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무관하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바보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이번 문건을 보면 단지 사찰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라 항소를 하라, 처신을 어떻게 하라는 등 공작까지 지시되어 있다”며“이 같은 행위는 국기를 문란시킨 범죄로 이명박 정권은 당장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BH 하명의‘사장 교체 방향’= 2009년 8월25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 사건 진행표 중‘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문건 제목이 등장한다. 이 사건은 BH 하명으로 표기 되어 있고, 접수일은 7월27일이며, 담당은 원충연 조사관으로 되어 있다. 사건 접수 시점에 검찰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배임 등의 혐의로 5년을 구형(6.22)했고, 8월11일 정 사장은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방송문화진흥회의 경우 방통위에 의해 친 MB 인사들이 대거 선임(7.31)됐고,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엄기영 체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일(8.13)이 발생한다.

YTN의 경우 8월 3일 낙하산 사장인 구본홍씨가 돌연 사퇴하게 되며, 배석규씨가 사장 직무대행으로 부상하게 된다. 2009년 11월9일 1팀 사건명에는 ‘한겨레 21 박용현 편집장’‘PD수첩 역대 작가 확인’과 함께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건이 포함되어 있다. 진보적인 매체 편집장과 PD수첩 작가들을 사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부에 충성, YTN‘ 배석규’=국무총리실 지원관실 1팀의 2009년 9월3일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에는 배석규 신임사장에 대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보도국장직선제 폐지 △돌발영상 담당 PD 교체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 △노조 반발 제압 등을 ‘YTN 개혁’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배 사장이 해고자 출입금지, 불신임 투표 주동자 징계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조의 반발을 제압한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불법 파업 주동자의 1심 판결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는 문구의 경우 총리실 또는 그 위선에서 항소를 건의하라고 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 보고에서 배씨는 ‘강단과 지모를 겸비하고,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줄필요가 있다는 건의도 있다. 그리고 사장선임을 위한 대주주(한전KDN, 우리은행,마사회)를 명기하는 등 명백하게 ‘문건 주체’가 사장 선임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김인규 언행 조심해야”= KBS 최근 동향 보고에는 KBS 내부 노사 문제에 대한 세세한 정보와 함께 김인규 KBS사장에 대한 평가, 조언, 행동 방향이 적시되어 있다.
2009년 12월 2일 김 사장 취임 반대 총파업 투표 부결에 대해 △수요회 등 친 김인규 세력의 활동 △공채 출신에 대한 기대감 △총파업에 부담을 느낀 노조 집행부의 조직표 동원 등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내년 경영진단 결과에 구조조정 및 조직 개편 필요성이 담길 경우 향후 주도권이 김인규 사장에게 넘어가 KBS를 장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전망도 제시해 놓고 있다. 김인규 사장에 대해 ‘자신감이지나치다’‘경솔하게 비춰진다’등의 평가와 함께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과 KBS 통합을 위해 측근들도 언행 조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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