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장혁 YTN 공추위원장

22일 오후 1시 30분.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할 일이 많다며 노트북을 열었다. 그에게 파업은 업무이자 생활이듯 보였다. 지난 19일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은 임장혁 YTN 공추위원장. 그의 징계 이력은 화려하다. 2008년부터 4년간 정직 기간만 합쳐도 1년이 넘는다.

그는 YTN 탄생 때부터 일했다. IMF 등으로 경영위기로 월급을 못 받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언론사의 기자의 자존감이 흔들린 적은 없었다. 공정보도가 ‘군복 차려입은 사람’들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취재 현장에 돌아가 故 리영희 선생처럼 국제 관계 속의 한국 사회문제를 짚어보고 싶은 것이 그의 계획이다. “돌발영상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만약 하게 되면 보도의 ‘양비론’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돌발영상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의 눈이 빛났다.

 


-정직 6개월을 받았다. 2008년부터 숱한 징계를 받았다고 들었다. 그동안 어떤 사유들로 징계를 받았나?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을 받았다. 당시 회사는 노종면 지부장을 비롯한 6명을 해고하고 33명을 징계했다. 2009년에는 지난 1년간 사규를 위반했다며 정직 2개월을 받았다. 돌발영상 PD를 하던 시절에는 대기발령 2개월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는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을 받았다. 내 직책은 공추위원장이기 에 파업과 관련 있는 직책은 아니다. 전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받은 것이다”

-연이은 징계에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처음에는 아내가 ‘걱정 안 할테니 신경쓰지 말고 열심히 해라’고 했다. 두번째 징계를 당했을 때는 ‘집은 괜찮다’며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줬다. 이번에는 좀 걱정을 하더라. 이번에는 ‘아우 우리 이제 어떡하냐. 큰일났네. 왜 이 나쁜 놈들은 자기만 괴롭힌대’라고 말했다. 이렇게 서슴없이 말해주니까 오히려 위로가 되고 편하더라”

-요즘 YTN노조가 고생이 많다. 그간 노조의 활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YTN이 시작할 때 입사했다. (95년 YTN입사) 처음부터 노조가 있었던 건 아니다. 97년 외환위기 때 6개월 정도 월급이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이후 1998년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2008년전까지는 딱히 활동이 많던 노조가 아니었다. 임금협상만 했다. 임금협상도 치열했던 게 아니라 원만하게 노사가 화합해서 발전 해 나가던 회사였다”

-2008년 이후 4년 동안의 YTN은

“한마디로 행복하게 살던 마을에 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와서 쑥대밭을 만들어 놨다. 함께 살던 마을 사람들이 군복 차려입은 사람들한테 잘 보이려고 이웃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행복하게 발전하던 YTN이 이번 정권 들어와서 망가졌다. 정권에 부합한 세력들이 조직을 황폐화 시켜서 조직이 엉망이 되고 고통 받는 YTN이 되어버렸다”

-배석규 사장에게 가장 분노하는 점이 있다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권력이 원한다는 이유로 함께 생활하던 조직에 해로운 일을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다는 게 제일 나쁘다. 해고자 복직 안 시키고 징계만 하는 게 오로지 그 이유 때문이니까”

-MBC 김재철 사장과 배석규 사장을 비교한다면?

“김재철은 무식한거고, 배석규는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뒤에서 숨어서 영악하게 머리를 쓴다. 배석규가 더 나쁘다”

-공추위원장으로서 배석규 사장 이후 대표적인 불공정보도 사례를 꼽으면.

“대표적인 것은 배석규 사장이 직무대행으로 들어서자마자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인정받기 위해 돌발영상을 불방시킨 것이다. 그리고 정혜숙의 공감인터뷰(20분짜리 정규프로그램)에서박원순 시장을 인터뷰 했다는 이유로 방송 3일 앞두고 불방시켰다. 그리고 내곡동 사저에 대해 거의 취재도 안하고 보도도 하지 않았다”

-공정보도를 위해 어떤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제일 중요한 건 정권과 무관한 사람이 사장으로 와야 한다는 거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라도 정권과 상관없는 사장이 와야 한다. 배석규가 돌발영상 제작팀원 대기발령과 동시에 보도국장 복수추천제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기자들의 의지로 보도국장을 뽑으면 보도의 중립성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걸 하루 아침에 없애버리고 보도국장 사퇴를 압박하며 방송을 장악한 것이 배석규다. 보도국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제도를 복원하는 게 시급하다”

-업무에 복귀해서 다루고 싶은 아이템은

“만약 돌발영상을 다시 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여론 구도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양비론’과 관련한 보도를 하고 싶다. 흔히 9시 뉴스를 보면 분명히 A정당이 잘못한 사실에 대해 ‘요즘 정치권이 뒤숭숭하다’는 등의 두루뭉술한 평을 하고 끝낸다. 클로징 멘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양비론에 치우친 한 마디로 사람들은 다 나쁜 놈으로 규정되고, 잘못이 드러나지 않게 된다. 이것 때문에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망가져온 거고 민주주의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생각한다. 쩨쩨해 보이더라도 양쪽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져내고 짚어내는 보도를 하고 싶다”

 

 


-10단계 파업을 앞두고 있다. 어떤 느낌인가.

“파업은 사회의 밝은 꽃 같은 거다. 파업이라고 하면 뭔가 빨갛고, 낫 들고 죽창 들고 누군가를 쳐부수고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어느 한쪽이 부당하게 성과물을 차지하려는 걸 골고루 나눠 다 같이 더 잘 살고 발전시키자는 요구를 압박하기 위한 아름다운 수단이다. 어두운 게 아니라 환한 것이고 빨간색이 아니라 푸르고 밝은 색이다.

경찰이 범죄 용의자 수배 전단을 내걸면서 ‘노동자 풍’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등 노조나 노동조합과 파업 단체행동에 대해서 불온화해 하는 작업을 몇 십 년 동안 해 왔다. 자신들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불온시 해 온 이유다. 나도 노조활동을 하기 전 까지는 잘 몰랐다.

의식을 분명히 한 이상 이것은 우리가 당연히 해 나가야 하는 거기 때문에 업무라고 생각하고 진행을 해 왔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자사회에서 노조는 자기와 상관없다는 인식이 상당하다. 그걸 깨트리고 노조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게 현 정권이다. 육체노동자들이 그동안 생존과 복지를 싸워 온 것에 대해 언론에서는 자기와 무관한 제3의 노동자층으로 규정하고 홀대시했다. 단체행동에 교통대란, 시민 불편 정도의 시각으로 접근 해 왔다. 그런데 이 정권 들어오면서 언론인들 스스로 ‘우리도 노동자다’라는 인식을 하게 해 줬다. 나도 마찬가지다.

영화 <빌리엘리어트>를 보면 아들의 학교 면접에서 교장 선생님이 ‘아버지의 파업을 지지한다. 꼭 승리하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업을 지지하는 교장선생님이 가능할까 모르겠다. 한 사회의 인식의 문제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고, 파업이 없으면 권리를 찾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거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파업이라는 게 흉악하고 과격한 수단이 아니라 독식을 견제하는 최소한의 무기이자 방어수단이다. ‘회사가 저런데도 왜 파업을 안 하지?’라는 인식을 가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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