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향복 KBS분회장, “수신료 인상과 함께 비정규직 해결도”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분회장 이향복)가 39일간의 파업 끝에 방송차량서비스(사장 박은열)와 임금 협상을 마쳤다. 방송사비정규지부의 의미있는 성과다.

 

25일 밤,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분회장 이향복)가 39일간의 파업 끝에 방송차량서비스(사장 박은열)와 임금 협상을 마쳤다.


지난에 6월에 시작한 임금단체협상에서 분회는 5.4%인상을, 회사는 동결 또는 삭감을 들고 나와 교착상태였다. 회사는 분회 조합원을 ‘표적’으로 지각 등을 빌미로 6개월 정직 등의 징계를 내렸다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과도한 징계이며 이로 인한 배치 전환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KBS분회 집행부와 대의원은 지난해 12월 준법투쟁 및 간부 파업을 했고, 올해 3월 20일 서울지역 파업에 이어 8일 전국으로 파업을 확대했다. 23일 밤 노사는 임금 인상 재원으로 총액 2억 2,500만원을 사용하기로 의견을 좁혔으나, 24일 오전 교섭에 박은열 사장이 불참하고 KBS비지니스 관계자가 임금인상재원을 '일시 격려금'형태로 지급한다며 합의를 번복해 조합원들의 뒤통수를 쳤다.

 

 

8일 전국 조합원 상경투쟁 당시 집행부 5명 전원은 삭발을 했다.

 


급기야 25일 언론노조는 KBS분회의 교섭권을 회수하고 KBS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고, KBS분회 조합원들은 KBS본관 앞 농성과 단식 투쟁, 촛불 집회 등의 적극적인 투쟁을 이어갔다. 이 날 하루 여러차례의 실무 교섭 끝에 밤 10시 합의안이 마련됐다.

 

이향복 KBS분회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아침에 내려갈 준비 하고 나를 기다리던 조합원들 앞에서 차마 뒤통수 맞았다고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방송차량서비스를 꼭 한번 이겨보고 싶다. 그게 우리의 소망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39일간의 파업을 결국 승리로 이끈 이향복 KBS분회장을 30일 오후 4시 여의도 KBS본관 지하 방송차량서비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분회장은 밝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파업을 이끌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2012년 임금단체교섭을 하던 도중 사장이 바뀌었다. 박은열 사장이 오자마자 언론노조 조합원들에게 부당징계를 하는 등 노동조합 깨기를 시도했다. 임금협상을 하면서 전임 사장이 약속한 직제개편등을 요구했는데 박사장은 자신과 한 약속이 아니라며 못한다고 했다. 

25일 뒤통수가 처음 아니야
3개월치 임금 못받은 집행부 고생이 제일 커

교섭은 결렬됐고 지방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있었다. 당시 나와 오철승 서울지방노동위원회위원장, 박은열 사장은 구두로 임금협상을 성실하게 교섭할 것과 직제개편실시, 부당징계 철회를 합의했다. 그러나 박은열 사장은 다음날 부당징계를 강행해 뒤통수를 쳤다. 직제개편도 안했다. 두 번째 뒤통수였다. 지노위 합의사항을 지켜달라고 집회를 했지만 회사는 인사권 개입이라고 했다. 25일의 뒤통수가 처음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결렬로 쟁의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집행부들은 3개월치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희생이 컸다.

-힘들게 투쟁한 성과가 있었다.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떤가

재밌게 투쟁했다. 각 지에서 올라와서 사투리들도 다양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내다 보니까 다들 한 마음이었다. 우리가 왜 투쟁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조합원들끼리 회의도 하고 그랬다. 지역은 교육을 하기가 힘든데 이번 파업 기간으로 우리가 왜 노조를 해야 하는지를 알릴 수 있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방송차량노동조합의 분위기는 어떤가

방송차량노동조합의 홈페이지를 보니 ‘한 달 동안 싸워서 고작 이것밖에 못 받았냐’ , ‘무임금을 따져보면 남는 게 없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2노조(방송차량노동조합) 위원장이 파업 당시 2노조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사장에게 힘내라 이야기하라고 전한 것에 대해 노조로서 그럴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던 것 같다. 언론노조 KBS본부에서도 2노조 조합원들과 일할 때 “KBS분회 파업 중인데 왜 안하냐”고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런 것에 대한 창피함도 있다고 하더라. 통합을 하고 싶은데 조합원들의 분노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교섭단체를 꾸려서 통합을 해보려고 하는데 2013년 교섭대표노조에 2노조가 아직 신청을 안했다.

- 파업 투쟁 이후, 조합에 변화는 없었나

오늘(30일) 조합원 한 명이 KBS분회에 가입했다. 사무실 내에서 팀장과 안 좋은 일이 있어 회사를 그만 두려다가 이번에 노조의 힘을 본 것 같다. 억울하고 억눌린 감정을 대변해주고 함께 해 주는 단체가 있구나 하는 걸 알릴 수 있게 된 거 같다.

돈 보다 중요한 게 인간답게 사는 삶이다.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의 자존심을 살렸다고 해야 하나. 어떤 기자가 ‘파업 투쟁 승리’라는 글자를 한번도 써 본 적 없는 단어라고 말하더라. 부족하지만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승리를 했다고 보다. 실질적인 원청 회사인 KBS를 상대로 싸운 것으로도 ‘이긴 것’이라고 자평한다.

- 투쟁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믿음이 중요했다. 모여 있을 때 항상 하던 말이 서로 간에 불만이 있어도 파업 끝날 때까지 참아라 끝나고 이야기 하자. 나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면 진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고 남 탓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처음 지역 조합원들이 올라왔을 때, 지역은 따뜻했지만 서울은 아직 추웠다. 홑남방을 입고 올라온 조합원들이 우박을 맞으며 집회를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내려보내면서 다시 올라오지 않으면 어ᄄᅠᆨ하나 걱정을 했다. 그래도 믿자고 생각해서 지역 조합원들 내려갈 때 집행부 전원이 조합원 한명씩 악수하면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15일이 되니까 한명도 빠짐없이 다 올라오더라.

아픈 사람, 힘들어 하는 사람, 꾀병이든 뭐든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쉬게 했다. 처음에 적극적이지 않던 사람들이 ‘아 나를 알아주는구나’하는 마음에서였던지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변하더라. 집행부가 고생을 많이 했다.

- 향후 투쟁 계획이 있다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을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하겠다고 했다. 여건만 된다면 공영방송 KBS에서도 수신료 인상과 함께 내부적인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했으면 좋겠다. 조합이 더 튼튼해지면 정규직 투쟁을 해보고 싶다. 길게 잡고 있다. 조합이 하나로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게 하는 게 우선이다.

- 파업투쟁을 함께 한 조합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눈물 난다. 노조를 하면서 인간적인 감동을 많이 받았다. 바깥에서 자면서 라면 먹고 힘들게 있던 조합원들이 23일 저녁 발표를 듣고 이제 끝났다고 함께 처음으로 삼겹살을 먹었다. 조합원들이 집에 전화하면서 울었다. 조합원들이 “여보 나 내일 내려간다”, “아빠 내일 내려간다. 선물은 뭘 사줄까?” 하면서 전화했다. 그 다음날 조합원들이 가방을 싸고 대기실에 있었다.

교섭에 들어갔는데 사장은 안 나와있지, 비즈니스 경영부장이 나와서 “이것은 단발성이다. 격려금이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미치는 줄 알았다. 같이 들어간 집행부가 서로 아무말도 못했다. 본관에서 지하 일층까지 내려오는데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대기실에 들어가기도 싫었다.

들어와서 설명을 하는데 조합원들이 “더 열심히 싸웁시다!”라고 하는데 진짜 감동이었다. 사람들이 질려서 그만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힘이 생겼다. 그 다음날 언론노조에서 성명 발표하고, 본관 앞에서 같이 농성하고. 맨날 계단 밑에서만 싸우다가 언론노조가 와서 계단 위로 올라가서 소리 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은 기분이 좋았다고 이야기하더라. 다들 정말 고마웠다.

-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BS 조직 내에서도 언론노조를 탈퇴한 지부들이 있다. 개인의 욕심일수도 있고 노선의 방향일 수도 있지만 언론노조에서 탈퇴한다면 결과적으로 승리할 수 없다고 본다. 언론노조가 산별이기 때문에 연대의 힘이 있다. 언론노조가 없었다면 아마 성공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만 싸운다, 우리만 알린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KBS본부장, 다른 지본부장들이 와서 연대 해주고 도와줬기 때문에 승리를 이뤘다고 본다. 우리끼리만 싸웠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론노조라는 울타리 내에서 함께 싸우니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맨날 싸워도 인터넷이나 외부에 보도가 잘 안됐는데 이번에는 잘 알려져서 우리 얘기도 남들한테 알릴 수 있구나, 잘 해야 겠다, 연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생긴 SBS분회 도움 주고 싶어
언론노조가 없었다면 아마 성공할 수 없었을 것

이번에 SBS 분회가 새로 생겼는데 내가 교섭위원이 됐다. SBS분회 조합원들에게 파업 투쟁에 대한 이야기, 노조를 왜 해야 되는지 말해주고 싶다. 우리만의 승리가 아니라 다 같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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