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여론 조작단’ 수준 아닌가

6.4 지방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언론사들은 연일 후보자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면 메인기사로 작성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고 있다. 바야흐로 ‘여론조사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독자들도 어려운 선거 분석 기사보다는 숫자, 도형으로 간략히 표시돼 한눈에 읽히는 ‘여론조사 보도’를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권자들의 안목도 높아져 이제 여론조사는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조사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런데 똑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도 언론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천양지차의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은 것 같지 않다. 후자의 예에 문화일보가 근접한 기사를 지난 주 쏟아냈다.

△ 3월 31일자 문화일보 6면 기사


문화일보는 3월 31일자 정치면 <野 ‘2006년 참패 재연되나’ 비상>, 4월 1일자 정치면 <안철수 핵심지지층 이탈 조짐 뚜렷>, 4월 4일자 정치면 <野 지지율…한달만에 16%P…2배로 벌어져>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먼저 <野에 ‘2006년 참패 재연되나’ 비상>이라는 기사에는 “26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원순) 시장은 48.9%의 지지율로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47.2%)에 1.7%포인트 차로 쫓기고 있다”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안정적 우위는 사라졌다”고 단정 지었다. 문제는 문화일보가 이렇게 단정 지은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었다.

문화일보는 “박 시장은 한 달 전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15%포인트 내외의 우세를 보였고, 연초에는 ‘3자 구도’에서도 승리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고 했다. 정치권에 회자하는 얘기 중에 “선거기간 중의 하루는 선거가 없는 평시의 한달이다”라는 말이 있다. 선거전이 시작되면 하루에도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터져서 너나 모두 정신이 없기 때문에 우위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한 달 전에 15%P 차이가 난 것도, 석달 전에 ‘3자 구도 승리’도 지금의 여론 향배와 우위 비교에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상대편의 후보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옛날 얘기를 끌어와서 기사에 적어낸 것은 교묘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4월 1일자 <안철수 핵심지지층 이탈 조짐 뚜렷>에서는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20~30대의 젊은 층, 무당층, 중도층, 영남권에서는 불과 2~3주만에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리얼미터의 3월 2,3,4주 여론조사를 인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화일보는 안 대표의 출신지역이 부산이라 핵심지지층을 영남권으로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 호남은 어디에 포함되는 지 궁금하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 때부터 호남에서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인 아니었던가. 또한 30대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22.9%(2주차)-28.2%(3주차)-21.2%(4주차)로 변화했다. 이를 두고 과연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부산경남울산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2주차에는 10.3%이던 지지율은 3주차에는 16.0%로 껑충 올랐다가 4주차에는 8.8%로 하락했다.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언론사 입맛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 아닐 것이다. 반면 해당 조사에서 호남권은 24.8%-25.8%-26.3%의 꾸준한 지지를 안 대표에게 보냈지만 기사에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4월 4일자 <野 지지율 통합 직후 與와 8%P 차이 났는데…한달 만에 16%P, 2배로 벌어져>는 기사 제목만 봐서는 여야의 지지율 격차가 2배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는 새정치연합의 경우 전주에 비해 1%P 떨어진 27%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새누리당은 전주와 같은 43%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한주 동안 양당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침소봉대’ 한 것이다. 부제를 ‘無공천 놓고 갈등 깊어져’를 단 것만 보아도 이 기사가 무엇을 겨냥했는지 의도가 분명했다.

꼭 ‘새민련’으로 불러야 속이 편하겠나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줄임 호칭을 대한 방송보도가 유난히 많은 한주였다. 새정치연합의 작은 분란과 혼동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방송사들이다보니 이런 호재를 그냥 넘어갈리 없겠지만 TV조선과 채널A는 그 정도가 지나쳤다.

채널A <“새민련”지칭에 “새정치” 발끈>(29일, 류병수 기자)에서 특히 ‘새민련’으로 줄여 부르는 새누리당의 호칭이 도마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발끈합니다. 과거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 '자민련'을 연상시킨다는 겁니다.”라고 보도했다.

TV조선 <‘민생 행보’…약칭 당명 신경전>(29일, 서주민 기자)에서도 당명을 언급했다. 보도에서는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대표도 각각 다른 약칭으로 부른다면서 새누리당의 새민련 호칭에 대해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새민련이 창당 후 1호 법안으로…새민련이 민생을 최우선으로…”라는 발언을 보여주면서 “‘새정치’를 굳이 부각시켜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기자멘트했다.

JTBC도 <[시사 토크] 경선 갈등…합당 이후>(성문규, 30일)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적으로는 약칭으로 부를 때 ‘새정치연합’ 아니면 ‘새정치’로 불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앵커멘트한 뒤, 새누리당의 새민련 호칭에 대해 보도했다.

기자는 “새누리당에서는 과거 열린우리당은 ‘우리당’이라고 불러달라 그러더니 ‘어떻게 새정치가 고유명사가 될 수 있냐’면서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2003년 열린우리당이 태어났을 때 한나라당이 한동안 열우당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 6개월이 지나서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생의 정치’를 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한나라당의 각종 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열우당’이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열린우리당’으로 공식화되기도 했습니다”라고 호칭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과 화해에 대해 이야기했다.

채널A는 <김황식 ‘칩거’ 이틀째 왜?>(29일, 이남희 기자)에서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과 대담을 하면서 “새누리당에서 공식 논평이나 공식 석상에서 모두 하는 약칭이 새민련으로 통일이 돼있습니다.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과거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자민련을 연상시키는…새가 new라는 의미도 있지만 왔다갔다하는 철새의 새의 이미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노려서 새누리당에서는 새민련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라고 언급했다.

앵커가 “새정치로 줄이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라고 묻자 “이게 고유 명사이기 때문에 좀 헷갈린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요. 또 하나 한글자로 뭐를 하느냐도 중요한데 ‘새’라고 하면 새누리당이 있고요, ‘정’ 이라고 하려면 정의당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치’라고 하기도 좀 어렵고요. ‘민’으로 하려면 도로민주당 같은데 그래서 아직 못 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모두가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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