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亞日報 송평인 논설위원님, 만우절 기사 잘 봤습니다”

4월 1일자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헌재가 좁쌀영감이 됐다>는 동아일보가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의 ‘숨겨놓은 만우절 기사’인 줄 알았다. 스스로 1등 신문이라고 자처하는 동아일보의 논설위원이 ‘한정위헌’의 취지도 제대로 모르고 글을 썼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칼럼을 ‘탑 기사’로 배치하고 다음날 ‘만우절 기사’였다는 社告가 없는 걸 보아하니 ‘만우절 기사’는 아니었나보다.



송 위원은 해당 칼럼에서 “헌법재판소의 야간 시위 금지 한정위헌 결정을 보면서 헌재의 월권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헌재는 헌법 정신의 큰 틀을 제시하는 곳이다. 좁쌀영감처럼 미주알 고주알 참견하는 것은 헌재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은 “야간 시위의 전면 금지가 위헌이어서 일부 허용하더라도 그 시간을 몇 시로 정해 허용할 지는 국회의 권한이다”라며 “고작 재판관 9명에 불과한 헌재가 입법의 세부적인 것까지 결정해 지도하려 하지 말고 대의기관인 국회에 맡겨야한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은 대체 한정위헌의 취지는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정위헌은 헌재가 법률 및 법률 조항의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개념이 불확정적이거나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경우, 해석의 범위를 정하고 이를 확대하는 경우 위헌으로 보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내린 결정이다. 그래서 이번 결정도 헌재가 야간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기에 밤 12시 이후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위헌이라고 결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백번 양보해 ‘한정위헌 결정’ 했는데 이걸 송 위원이 “잘못됐다”고 악을 쓰니 칼럼을 읽는 사람의 말문만 막히는 형국이다. 사실 야간이라는 이유로 어떤 집회인지와 무관하게 그 자체를 전면금지하는 것은 헌법에서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에 반한다.

지금도 집시법은 이미 제8조에서 주택가와 학교, 군사시설 주변 집회는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12조에서는 주요도로 집회도 금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제5조에서는 폭력 발생이 명백한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제14조에서는 소음을 대통령령 이상으로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소음’ 제한도 두고 있다. 그리고 제20조에서는 집회와 시위 도중에라도 해산시킬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들만으로도 야간에 벌어진 그 어떠한 집회라도 폭력, 소음, 교통방해 등 모든 발생 가능한 우려에 대한 규제감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기자라면 양심이 있어야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고 논설위원이라는 자리에 앉아있는가.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 대다수는 헌법재판관을 우리나라 법률 해석의 최고 권위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송 위원의 표현대로 ‘고작 재판관 9명에 불과한’ 이나 ‘좁쌀영감’은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인식공격성 표현을 마음대로 쓸 권리가 있는 것인가. 논설위원의 ‘월권’이 지나친 건 아닌가? 동아일보는 만우절에는 해괴망측한 칼럼도 아무런 데스크 없이 그냥 내보내는 전통이 있는 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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