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저조하고 선거관련 보도 자체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전 총리에게 선거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이혜훈 예비후보 표현대로 사실이면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언론이라면 박 대통령의 발언 진위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이를 짚어봐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이 사안을 새누리당 예비후보간의 경쟁 속에서 나온 ‘朴心 해프닝’으로 처리하고 있다. 보도량 자체도 많지 않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지역 전략공천과 섞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흐리게 하고 있다.
관련 보도는 2일에 시작되었다. JTBC는 <김황식 “박 대통령이 출마 권유” 파문>(2일, 조익신 기자)에서 김황식 전 총리의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제 출마를 권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대통령이 누구에게 시장 출마하라 권유하면 대통령 탄핵되는 거 모르십니까?”라고 발언을 담아 보도했다. 같은 날 채널A도 <또 ‘박심’ 전쟁…비방 토론회>(2일, 노은지 기자)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지만, 두 보도 모두 박대통령의 선거 개입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경선 과정에서의 공방으로만 다루었다.
3일에는 KBS와 MBC도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방송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광역시장 전략공천 문제를 더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보도 말미에 김총리 발언을 슬쩍 끼워넣기 한 수준이었다.
KBS <야, 공천 반발․탈당…여, ‘박심’ 논란>(3일, 김병용 기자)에서는 광주와 경기도 안산에서 전략공천에 반발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보도한 뒤 김 전 총리 발언에 대해 다뤘다. 그러나 내용은 “김황식 전 총리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자, 이혜훈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모는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정몽준 의원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라는 기자멘트가 전부였다.
MBC도 <전략공천 탈당 후폭풍>(3일, 박영일 기자)에서 윤장현 후보 전략공천 문제를 중심으로 보도한 뒤, 마지막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정책토론회에서는 김황식 전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도 자신의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김 전 총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중앙선관위에 조사를 촉구했습니다"라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TV조선 <‘朴心’ 발언 ‘논란’>(3일, 강동원 기자)에서도 새누리당 경선자간 발언 위주로 보도했다.
4일에는 KBS에서 <‘대통령 의중’논란…‘전략공천’갈등>(4일, 김성주 기자)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도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는 사안의 본질과는 달리 후보 간 ‘박심’ 논쟁으로 처리했으며 보도의 절반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 논란이 차지했다.
YTN도 4일에야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김황식, 또 ‘박심’ 발언에 반발>(4일, 김경아 기자)이라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예비 후보간의 ‘박심’ 논란으로만 보도했다.
5일에는 MBC가 <輿, 서울시장 경선 ‘박심’ 논란/ 野 광주 전략 공천 거센 역풍> (5일, 조영익, 장재용)에서 김황식 후보 발언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는 “박심 논란은 일주일 남은 경선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언급했지만 이 보도에서도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 발언의 진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SBS는 김황식 발언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채널A, 새정치민주연합 전략공천은 뭇매 수준의 보도 쏟아내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 공천논란과 관련한 내용은 전 방송사가 매우 비중있게 보도했다. 전략공천의 문제는 여야 모두 비슷하게 갈등이 되고 있지만 유난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만을 흠집내려고 방송사들이 총동원된 인상을 준다.
3, 4일에는 KBS <야, 공천 반발․탈당…여, ‘박심’ 논란>(3일, 김병용 기자), MBC <전략공천 탈당 후폭풍>(3일, 박영일 기자), SBS <광주 전략공천‥경쟁자는 탈당 선언>(3일, 한정원 기자), YTN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강력 반발>(3일, 황보연 기자), JTBC <윤장현 전략공천…강운태.이용섭 탈당>(3일, 최종혁 기자), TV조선 <‘전략공천’…‘탈당’>(3일, 서주민 기자), 채널A <“야밤 공천테러” 꼬리 문 탈당>(3일, 임수정 기자), 채널A <安이 발탁한 무명의 정치인>(3일, 이준영 기자), 채널A <새정연 ‘공천 내분’>(3일, 이남희 정치부 기자), 채널A <전략공천 후폭풍에 ‘安心>’지우기>(4일, 박소윤 기자) 등 보도가 집중됐다.
5일에도 MBC <輿, 서울시장 경선 ‘박심’ 논란/ 野 광주 전략 공천 거센 역풍>(5일, 조영익, 장재용 기자), 채널A <광주 ‘반발 단일화’ 폭풍 부나 >(5일, 노은지)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채널A <[여의도 24시]지방선거 D-30, 전략공천 거센 역풍>(5일)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다. 한마디로 모든 방송사가 관련 내용을 주요하게 다뤘으며, 채널A는 봇물 터지듯 관련 내용을 다룬 셈이다.
보도내용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을 강조하는 분위기인데, 특히 채널A의 보도는 노골적으이었다.
채널A <광주 ‘반발 단일화’ 폭풍 부나 >(5일, 노은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텃밭인 광주시장 선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탈당한 두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하면, 전략 공천한 당 후보가 질 수 있다는 관측에, 지도부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라는 매우 감정적인 앵커멘트를 했다.
기자도 “한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의 지지율은 32.1%로 무소속 단일후보에 비해 22.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략공천에 대해서도 광주시민들은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략공천의 정당성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광주시장 선거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라며 마무리 멘트를 하였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여론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기자 마음대로 선거 결과를 관측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