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투위 '얼굴', 언론 민주화에 평생 바쳤다"
언론노조 창립 제26주년 기념식 · 24회 민주언론상 시상식 열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창립 제26주년 기념식과 함께 24회 민주언론상 시상식을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진행했다.

24회 민주언론상 본상은 故성유보 선생이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박정희 군부독재와 맞선 동아투위의 '얼굴'로 언론민주화에 평생을 바친 역정이 높이 평가됐다"며 "'우리 모두 성유보가 되자'고 다짐한 언론노조의 모든 조합원들에게 성찰과 다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故성유보 선생의 장남 성덕무씨는 수상 소감을 밝힌 글에서 "40여년 전 동아일보 기자들이 외쳤던 민주 언론에 대한 신념과 실천을 외치는 기자들이 있다. 아버지처럼 해직된 KBS, MBC, YTN 언론인들이다"라며 "민주언론을 위해 바로 '오늘' 고생하시는 해직 언론인과 그의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대리수상을 한 故성유보 선생의 부인 장연희 여사는 "아들과 논의 한 결과 상금은 뉴스타파에 기증하기로 했다"며 "오늘 와서 보니 상 받을 사람은 많은데 가고 없는 사람에게 왠 상인가 싶다. 40여년 전 동아일보 해직사태와 같은 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보도부문 특별상은 뉴스타파의 원전묵시록 2014 취재팀(박중석 팀장, 김경래, 송원근, 조현미, 신동윤, 최윤원, 김강민, 김기철, 김남범)이 받았다. 취재팀은 "2012년 1월 언론노조 회의실 한 켠에서 50만원짜리 가정용 캠코더 두 대로 시작했던 뉴스타파 초기 시절이 떠오른다"며 "언론노조가 수여하는 이번 민주언론상에서 故성유보 선생과 함께 상을 받게 돼 더욱 영광"이라고 밝혔다.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성유보 선생님의 상금을 뉴스타파에 기증하신다는 말씀이 놀랍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민언련 언론학교 수강을 할 때 곤색 잠바에 비듬 많던 성유보 선생님이 떠오른다. 성유보 선생의 모습을 보면서 기자들이 화려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성유보 선생에 대한 추억을 말했다.

김경래 기자는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 후원 회원들께 감사드린다"며 "지켜봐주시는 분들에 대한 책임감, 사명감도 든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활동부문 특별상에는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노란봉투 캠페인'을 펼쳐 손배 가압류 소송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 낸 시사인의 천관율, 장일호, 김은지, 송지혜, 전혜원 기자가 받았다.

이들은 "누군가를 '위하는'마음으로 쓴 기사들로 상을 받아 기쁘다"며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손배가압류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현장을 지키는 기자가 되겠다"고 전했다.

송지혜 시사인 기자는 "쌍용차지부 대법원 해고 무효 확인 소송 선고 직후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당시 김득중 지부장님께서 울먹이면서 또 얼마나 죽어야 하는가 하고 말씀하셨는데, 수상 소식이 기쁘기도 했지만 또 굉장히 슬펐다. 감사하지만 죄송했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는 "상을 받지 않더라도 좋다. 노동 3권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며 "기쁘게 빚진 마음으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또한 활동부문 특별상을 받게 됐다. 이상호 기자는 "이번 특별상은 이상호라는 한 개인이 아니라 해직기자들이 중심이 된 대안매체들의 세월호 보도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며 "수상의 영예를 열악한 여건 하에서 오늘도 대안매체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언론노동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희망연대노조 케이블합창단과 민중가수 김성만씨가 함께 공연을 했다. 희망연대노조는 현재 케이블방송 (주)씨앤앰의 해고에 맞서 지난 7월부터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농성중이다. 지난 12일에는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지부 임정균 조합원과 강성덕 조합원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한편, 언론노조 2014년 모범조직상은 울산방송지부(지부장 설제훈), 서울경기지역출판분회(분회장 박진희), 제주방송지부(지부장 부현일), 아리랑국제방송지부(지부장 이은서)가 받게 됐다.

울산방송지부는 사내 부조리한 패권 세력에 맞서 한 달여간의 투쟁으로 방송 공정성 강화에 노력한 점이 시상 이유로 꼽혔다. 제주방송지부 또한 부적격 인사의 자사 상임고문 임명을 투쟁으로 철회시킨 성과를 이뤄낸 점이 모범조직상 시상 이유가 됐다. 서울경기지역출판분회는 2014년 출판노동실태조사 실시, 파주지역 통근버스 재운행 성과 등이 높이 평가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에도 감사를 드린다. 여러 선배님들 덕분에 새로운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힘을 마련했다. 작은 힘들 소중하게 모아 큰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

 

더 이상 언론은 노동을 지켜주지 않는다. 후자의 이야기는 제가 하는 말입니다.

416 전과 후는 한국 사회는 달라져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안도의 한숨, 전원 구조라는 긴급한 타전, 그러나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만 이야기 했다면 현장에서 제대로만 보도 했다면 구조하는 기관들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떻게 보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무거운 숙제이기도 합니다 .

저는 오늘 기념식이 어떻게 보면 전체 언론 노동자들의 결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말씀 동아투위 선배님들이 어떤 정신으로 왜 투쟁을 하셨는지 오히려 지금 이 시간에 다시 언론노조 조합원들 모두가 그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헤맬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은 당연히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합니다. 수석부위원장으로서 조직의 열정 뿐만 아니라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함께 참여 할 것인가 중요한 숙제로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기념식이 언론의 공공성을 새롭게 강화 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결의하고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는 결의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단결을 공고히하고 언론운동을 물론, 민주화 운동에서 앞장서자.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우리는 어느집단보다도 강인하고 끈질기게 쉴 틈 없이 싸웠다. MBC도 4대강 PD수첩 불방조치에 의한 파업, 종편 저지를 위한 파업 등 세 번 이상의 파업을 했고, KBS 또한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저항과 투쟁의 길을 걸었다. 끊임없이 싸웠지만 아직도 이모양이다. 어마어마한 권력 집단을 우리가 이길 수가 없다.

제분야의 시민사회 동지들과 연대해서 간악한 정권을 자빠트리지 않으면 언론 정상화의 단초가 열리지 않는다. 권력적인 지배권력을 교체시키지 않고서는 그런 길은 열리지 않는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언론 유린세력을 내몰고 상식적인 언론을 만들어야 그 이후부터 언론 정상화가 시작 된다.

노소 가리지 않고 들고 일어나서 물총이라도 들고 달려나가 서민들을 핍박하는 세력들에 저항해야 한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들이 앞장서서 동지들 격려하고 노력하겠다.


 

 

 

 

 

 


 

 

 

제24회 민주언론상 심사평

손석춘
새로운사회를 여는연구원 원장

고통스럽지만 ‘행복’했던 순간 

2014년 민주언론상 심사위원 5명은 선정을 위해 언론노조 회의실로 들어서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판단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추천된 9건 모두 수상 자격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년과 달리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고 합의가 쉽지 않았다.

토론 끝에 5명의 심사위원들로부터 1표만 받은 출품작 2건을 탈락시켰다. 남은 7건 가운데 대상과 보도부문 특별상, 활동부문 특별상을 선정하기 위해 긴 시간 토론을 거쳐야 했다. 5명의 심사위원 두루 언론민주화 운동의 ‘오랜 동지’들이기에 표결없이 마침내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본상은 가장 먼저 합의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추천한 고 성유보 선생은 박정희 군부독재와 맞선 동아투위의 ‘얼굴’로 언론민주화에 평생을 바친 역정이 높이 평가됐다. 고 성유보 선생의 민주언론상 수상은 “우리 모두 성유보가 되자”라고 다짐한 언론노조의 모든 조합원들에게 성찰과 다짐을 줄 수 있다고 심사위원들은 판단했다.

보도부문 특별상과 활동부문 특별상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는 합의 과정이 험난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수상작으로 결정된 것은 <시사IN>의 ‘노란봉투 캠페인’이다. 손배·가압류 소송에 시달리는 해고노동자를 위해 긴급생계비를 지원하자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노동 문제를 의제로 설정해왔기에 수상작으로 충분하다고 보았다. 이상호 기자 또한 MBC 해직이후 정치권력은 물론 자본과 ‘언론권력’에 맞서 올곧게 싸워왔고, 특히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현장을 지키며 진실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활동부문 특별상의 공동수상자로 결정했다. <뉴스타파> ‘원전묵시록2014’ 취재팀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안전 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핵발전소의 안전 관리와 ‘핵 마피아’의 실태를 집중 추적하는 보도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전’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쟁점이 되고 있는가라는 반문도 나왔지만, 어쩌면 바로 그렇기에 <뉴스타파>의 집중 기획이 그만큼 더 소중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보도부문 특별상으로 결정했다.

격론 끝에 ‘백지 한 장의 두께’ 차이로 수상작이 되지 못한 작품들도 기록해 두고 싶다. <한겨레>의 ‘간첩사건 조작 의혹 심층 기획 보도’와 <경향신문>의 ‘간접 고용의 눈물’을 비롯한 노동 관련 기획 보도는 돋보였다. 다만, 전자는 <뉴스타파>의 같은 보도와 비교됐고, 후자는 <경향신문>의 노동담당 기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보도라는 의견이 ‘백지의 두께’를 만들었다. 팝 아티스트 이하 씨의 줄기찬 ‘작품 투쟁’도 자격이 충분했기에 오랜 시간 토론을 벌여야 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도시’ 울산에서 토호와 기존 언론의 유착을 끊고, 지역여론 형성의 대안모델로 커나가는 <울산저널>에도 박수를 보낸다. 조금 더 지켜보자는 평가를 ‘격려’로 받아들이기를 소망한다.

5명의 심사위원들은 모든 추천작에 상을 주지 못한 아쉬움이 몹시 컸지만, 무장 어두워져가는 이 나라의 언론지형 곳곳에서 희망을 발견했기에 심사 시간 내내 ‘행복’에 잠길 수 있었다. 2015년에는 더 많은 추천작이 쏟아져 심사위원들을 더 ‘괴롭히기’를 기대한다.

 


 

수상소감

민주언론상 본상
故 성유보

성덕무
故 성유보 선생 장남

최근에 리영희 선생님의 ‘대화’를 읽었습니다. 책에서 거창 양민 학살 사건에 대한 신달자 시인의 추모시 「넋이여 아직도 잠 못 이루고 있는가」 의 한 구절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런 거짓말 같은 세월이 있다더냐”

아마도 우리는 지금 거짓말 같은 세월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수많은 일들이 매일 매일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분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위의 시 구절이 떠오르고, 한편으론 시기적으로 외형적으로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개의 사건이 맞닿아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이 ‘거짓 같은 세상’을 못내 참지 못하셔서, 쇠약하신 몸에도 불구하고 그리 동분서주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서 저는 다시 아버지의 ‘민주 언론’에 대한 신념과 실천을 믿고 싶습니다.

40여년 전의 독재 시대가 지금 다시 재현 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40여년 전 동아일보 기자들이 외쳤던 민주 언론에 대한 신념과 실천을 외치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처럼 해직되어 버린 KBS, MBC, YTN 언론인들 말입니다.

민주언론을 위해 바로 ‘오늘’ 고생하시는 해직 언론인과 그의 가족들에게 감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보도부문 특별상
박중석 김경래 송원근 조현미 신동윤 최윤원 김강민
김기철 김남범 - 뉴스타파 원전묵시록 2014 취재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안전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가장 집중적으로 살피고, 지적해야 할 사안으로 ‘핵발전소 내 안전“이라고 뉴스타파 취재팀은 판단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각종 원전 비리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개별적인 사건 보도로 다뤄왔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한 사회의 각종 ‘위험 지표’를 먼저 포착하고, 문제를 끄집어내고, 개선을 이끌어냄으로써 그 사회가 보다 ‘안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전묵시록2014> 취재는 민주언론상 시상식이 있는 오늘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2012년 1월, 언론노조 회의실 한 켠에서, 50만 원짜리 가정용 캠코더 두 대로 시작했던 뉴스타파 초기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 당시, 언론노조의 재정적 지원과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뉴스타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노조가 수여하는 이번 민주언론상에서 故 성유보 선생님과 함께 상을 받게 돼, 더욱 영광입니다.

아래는 원전묵시록2014 취재팀에 참여한 2년차 신동윤 PD가 작성한 후기 겸 수상 소감입니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의 여름휴가는 지난 7월 말.

그 무렵 한창 자료조사 중이던 ‘원전묵시록 2014’ 취재팀은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당시 팀장인 박중석 선배는 리포트 10번 정도 하면 아이템이 고갈돼 금방 기획이 끝날 것이라며 날씨 좋은 가을에 휴가를 떠나자고 했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이었다.

어느덧 4개월이 흘러 11월이 됐다.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지만 원전묵시록 취재팀은 여전히 여름휴가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리라고는 원전묵시록 취재팀 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기획 초기만 해도 취재 아이템이 없어서 어떻게든 짜내는 수준이었는데. ‘센’ 아이템이 나오지 않아 팀장의 어깨를 무거운 돌덩이가 짓누르고 있는 걸 나는 분명히 봤었는데 말이다.

9월 말 아이템 회의 때 팀장이 했던 말이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어. 조금만 더 힘내자." 아직까지도 방송이 끝날 때마다 그 말을 듣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의 가벼운 발걸음, 불쑥 올라온 어깨와 쫙 펴진 가슴이 눈에 띈다. 나는 요즘 끝이 보이지 않는 ‘반환점’ 때문인지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블랙홀에 빠져 5차원의 시공간을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인가.

국가 1급 보안 시설인 핵발전소는 그야말로 베일에 가려져 있어,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핵발전소 내부에 들어간다는 것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한다고 하는 것이라곤 먼발치서 핵발전소의 상징. 둥근 뚜껑의 격납고 정도를 촬영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핵발전소 내 보안부서의 레이더망에 들어오면 현장에서 촬영은 막아서는 한수원 담당자와 열띤 토론을 하며 열을 올리기도 해야 했다.

핵발전소 내부에서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제보자 덕이었다. 핵발전소 내부 전산망 계정과 비밀번호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무분별하게 공유한 것도, 감압밸브 없이 위험천만한 가스충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핵발전소를 둘러싼 학계, 핵산업계 마피아의 실체도 모두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제보자 대부분 핵발전소에서 일을 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우리가 먼저 그들은 찾아 나섰고, 오랜 설득한 후에야 내부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때론 우리의 보도를 본 뒤 그들이 우리를 찾아와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들마저도 “해고당하지 않았다면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일련의 과정들이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핵발전소 내부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핵발전소에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한 노동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취재진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계속 자리를 피하는 것이었다. 겨우 설득해 몇 마디 나눴던 적이 있는데, 한수원 직원의 행동을 보면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식이었다.

기자 : “지금 울진 핵발전소 가스 충전과정에서 감압밸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한수원 직원 : “그런 소리를 한 사람이 대체 누굽니까”
기자 : “그건 알려드릴 수 없죠.”
한수원 직원 : “그럼 저도 몰라요”

실제로 수차례 핵발전소 관련 보도가 나갈 때마다 한수원 내부에서는 문제해결을 고민하기 보다는 제보자 색출에 집중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근 드러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일 텐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한수원을,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하는 그들의 주장을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해고 된 상태에서도 용기 내 준 제보자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뉴스타파에 보낸 그들의 신뢰가 민주언론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아직 요원한 일이지만 언젠가는 신뢰할 수 있는 한수원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박중석 선배에게 2015년까지 이어질 핵발전소 취재가 끝나면 그 때 2014년 여름휴가를 보내달라고 한 상태다. 잘 될 진 모르겠다. 수상소감을 작성하고 있는 오늘도 취재 회의가 열렸다. 원전묵시록2014 취재는 계속된다.“

 


 

활동부문 특별상
천관율 장일호 김은지 송지혜 전혜원
- 시사인 기자

11월13일 대법원은 쌍용차 해고자 153명이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해고가 무효라는 원심의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었죠. 공장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는 187명. 대법원 원고였던 153명 외에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징계해고 된 19명과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8명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댔던 ‘법의 언덕’이 사라진 자리에는 ‘억’ 소리 나는 줄소송만 남았습니다. 47억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소송이 2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이자만 9억8000만원입니다. 12월에는 메리츠화재가 제기한 110억원 구상권 청구 소송도 시작됩니다. 

쌍용차 해고자들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오늘도 누군가는 가림막 하나 없는 허공 위에 올랐습니다. 노동자들은 자꾸만 하늘로, 하늘로 오릅니다. 2003년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씨가 손해·가압류 때문에 분신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사용자인 기업은 더 이상 구사대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농성장을 철거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기업은 법원에 노사분규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내는 것만으로도 깔끔하게 노동조합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 역시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소송전에 가담하곤 합니다. 

그날, 민주언론상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상을 받는 것은 신나는 일입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쓴 기사들로 받은 상이니 더더욱 기쁜 일이지요. 무엇보다 기사를 쓰는 동안 사람이 죽지 않고도 손배·가압류 관련 기사를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리의 그 마음을 알아주는 상을 받게 되니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언론계 동료 선후배들이 주시는 상이라 더욱 값집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습니다. 손배·가압류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현장을 지키는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노란봉투’에 마음을 모아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다시 기억합니다. 고맙습니다.

 


 

활동부문 특별상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의혹투성이 사고경위는 차치하고,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대한민국 국민 304명을 살리지 않은 명백한 ‘국가 살인’ 사건입니다. 책임이 있는 정부와 여당은 애써 ‘해난 교통사고’라고 우기고 있지만 진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대한민국 언론은 쓰레기 언론이라는 뜻의 ‘기레기’라는 오명을 새로 얻었습니다. 언론이 약자와 진실의 편에 서지 않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 방어에 급급한 탓입니다.

이번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해직기자이며 인터넷 매체 운영자인 저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하신 것은 이상호라는 한 개인이 아니라, 뉴스타파-국민tv-고발뉴스-팩트tv 등 해직기자들이 중심이된 대안매체들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며, 수상의 영예를 열악한 여건하에서 오늘도 대안매체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언론노동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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