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방송지부 파업 27일째 ‘제주도민 결의대회’ 열어

전국언론노동조합 JIBS 제주방송지부(지부장 부현일)는 파업 27일차를 맞는 13일 오후 3시 제주방송 사옥 앞에서 파업 참여자들과 제주도민 및 시청자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JIBS 도민의 방송으로-제주도민 결의대회’를 했다.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파행 방송은 도민의 기본적인 알권리를 침해해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정상화를 촉구한다”며 “더 이상 제주방송의 주체인 도민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제주방송의 저널리즘을 강화하고, 공정방송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제주방송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온 언론노조 간부들과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동지들을 비롯해 파업 조합원들의 가족, 시청자들은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대회장을 꽉 채웠다. 공정방송을 각오한 조합원들은 검은 정장을 입고 깃발을 들었다.

부현일 제주방송지부장은 “그동안 낮은 목소리를 청취하지 못했습니다. 지역방송의 공적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사과드린다”며 말을 하며, 제주방송 가족들을 바라보다 눈물을 보였다.



“어제 한 조합원의 어머니께서 이런 연락을 해왔습니다. 우리 딸이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지 몰랐다. 유산 후 삼일 만에 출근하고, 임신 상태에서 조야근을 반복하는 노동환경. 태풍에 젖어 추운 몸을 쉴 공간조차 없는 사업장. 그런 환경에도 우리는 우수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었고, 도민들과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이 부끄러움을 더 이상 안고 가기에 지쳤습니다. 이제 지역방송 언론인으로 서고 싶습니다. 아빠가 언론인이고 기자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들의 경영 수익 중심의 논리에 더 이상 우리 의지를 꺾이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안수경 조합원의 어머니인 양정선씨는 JIBS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양정선 씨는 “자식들에게 어디서든 일하면서 내 일이다 하며 헌신하라고 강조해 왔는데 이런 악조건과 싸우며 묵묵히 일하고 있었구나. 타방송사와 비교되는 열악함에 자존심을 팽개치고 내 회사를 가족인양 위하고 위하고 일하고 있었구나”라고 전했다.



양 씨는 이어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바람불고 추운광장에 서 있는 딸을 보며 저도 엄마로서 따뜻한 방에 차마 있을 수 없어 이렇게 나왔습니다”라며 “사장님 결코 이건 아니랍니다. 기본과 원칙을 위해 한발 아니 조금만 양보하시길. 사측 관계자 여러분께 두 손모아 빌겠습니다. JIBS여 발전하라 영원하라!”라고 덧붙였다.

조합원 가족들은 ‘PD파일 뉴스토크, 어디갔어!’, ‘최재혁의 뮤직파워 드루와~’, ‘시청자가 힘이다’ 등의 내용이 적힌 작은 현수막을 들고 제주방송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노사 모두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조합원들이 강철대오로 어깨 걸고 하나 된 심정으로 나가면 조만간 아름다운 파업 투쟁 소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파업 투쟁에 힘을 모으기 위해 지역MBC와 지역 민방에서 많은 간부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방창호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제주도민들의 땀과 도움으로 지금의 JIBS가 있었고, 그 결과를 도민과 함께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지만 현실은 무책임 경영으로 제주방송이 지역민에게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제주방송 파업은 언론이 가야할 원칙에 대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김한기 지민노협 의장(청주방송 지부장)은 “시청자, 도민 여러분 언론 답답하시죠. 제주지역 뉴스 어떤가요. 성역 없는 비판 가능한가요. 제주방송 노동자들이 이번 투쟁에서 이기면 그런 방송 가능하다고 봅니다. 함께 연대해 주십시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해 제주지역의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 그리고 칼호텔노조, 여미지 식물원 노조,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제주지역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제주방송 파업 투쟁을 지지했다.

양지호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제주방송에 320억원 유보금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정부와 자본이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낙수효과를 선전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지금 이 시간 한국 사회를 취재하고 공정방송을 해야 할 언론노동자들을 거리로 모는 것이 과연 누구인가. 도민 여러분은 고민하셔야 한다”고 밝혔다.

양 제주본부장은 이어 “민주노총이 4월24일 총파업을 하는 이유 역시 같습니다. 인간답게 사는 삶을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결의대회 후 JIBS지부 조합원들과 가족들은 파업 투쟁을 염원하는 글을 담은 리본을 회사 앞마당에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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