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 발족, 이사 후보자 추천 활동

KBS의 이사가 정치권의 자리 나눠먹기가 아니라 시민들의 다양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KBS와 MBC, EBS의 이사의 임기가 오는 7~8월 즈음 모두 끝나 이사진 교체가 예정 되어 있다. 이번에는 각계 각층의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공영방송 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노동, 여성, 시민사회, 교육, 법률가, 학술, 문화예술, 현업언론인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2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공영방송 이사를 시민의 힘으로 직접 추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 발족을 알렸다.

지난 2012년 KBS이사선임 과정에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11명의 후보자를 선정, 방통위에 추천해 그 중 3명이 이사로 선임된 적이 있다. 방송 3사 전체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는 "지금까지 공영방송의 이사진은 여야 7:4, 6:3 7:2의 비율로 불균등하게 구성되어 왔고, 그나마도 정치권의 자리 나눠먹기 식으로 채워져 왔다"며 "언론단체들 뿐만 아니라 전체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공영방송 3사 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 방송통신위원회에 공동 추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사 후보자 추천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사·사장 선임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와 여론조사, 부적합 인사 저지 활동을 병행해 하반기 KBS, EBS 사장 선임 대응까지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비민주적인 공영언론 이사회 구조 바꾸어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언론 이사를 제대로 뽑는 것은 공영언론 사장을 제대로 뽑는 일과 직결되고, 공영언론 사장을 제대로 뽑는 것은 한 방송사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 전체에 대해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그동안 정부 여당이 추천한 과반의 이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아무렇게나 할 수 있었던 구조를 벗어나, 공영방송 이사회가 민주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영방송의 이사진은 KBS의 경우 여야가 7:4의 구조로 이루어져있고 MBC는 6:3, EBS는 7:2로 구성되어 있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사를 했던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문제제기를 해도 그 문제에 대한 논의가 되는 게 아니라 '다 하셨어요? 그럼 표결합시다'로 끝난다고 했다"며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정말 좋은 사람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이번 일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차기 이사회가 어떻게 꾸려질 것인지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사를 추천하는 핵심은 공정방송을 하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언론은 여론의 다양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왜곡된 구조에 있다. 그 왜곡된 구조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출발점은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선영 언론정보학회장은 "공영방송 이사가 정파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독특한 한국의 체제"라며 "국가와 정치에 종속된 공영방송을 시민사회에 돌려주기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과 여론이 수렴될 수 있는 구조로 재생산 되어 진짜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 체제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게 만들어야

이영주 사무총장은 "갑을오토텍에서 목숨을 걸고 사업장을 지키는 동지들에 대한 폭력을 멈추게 한 것은 경찰이 아니라 기자들의 카메라였다"며 "자본과 정권에게 빼앗긴 공영언론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그 언론이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한다. 공영언론 이사추천위원회 활동을 통해 우리의 언론을 다시 한 번 생각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문자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 혐오를 개그 소재로 하기도 하고, 외모 지상주의로 여성의 성형과정을 내보내고 있는 현실이 지금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이라며 "양극화가 심해질 수록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커진다. 공영방송에서는 이를 바로잡고 평등을 이야기 해야 하지만 성차별적인 내용과 발언으로 왜곡만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문자 대표는 "공영방송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통해 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이사가 되어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 가뭄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번 가뭄에서도 그게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언론에서 조금만 제역할을 해 주었다면 이 사태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언론은 국민과 국가의 편에서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사진 역시 치열하게 활동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사진 결정 없었다면 길환영 물러나지 못했다"

권오훈 KBS본부장은 "작년 6월 KBS 이사회는 보도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가결시켰다"며 "그 해임제청안이 가결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파업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KBS는 그만큼 더 망가져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오훈 본부장은 "방송법은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해 놓고 있지만 법과 현실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이들은 실제로 여야 정치인들과 줄을 대고 그 쪽으로부터 낙점을 받아 이사가 된다. 이번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는 그 틀을 깨는 첫 시작이라고 생각 한다. 이 성과들이 모이면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한국진보연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민족예쑬단체총연합, 한국작가회의,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인권센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 20개 단체가 함께한다.

공동대표단은 노동계 대표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언론현업대표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여성 대표로 여성연합 정문자 공동대표, 학계 대표로 언론정보학회 유선영 회장, 언론시민사회 대표로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와 언론연대 전규찬 대표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오는 2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와 MBC 방문진 이사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공추위 역시 이사 후보자 추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진행한다. 30일에는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공영방송 이사회 활동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진행한다.

공추위는 7월 7일까지 이사 후보자 추천을 받아 후보자 심사를 통해 7월 10일 추천서를 작성, 방통위에 전달 할 예정이다. 방통위의 이사 후보 모집 마감일은 7월 13일이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