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잡던 친일파를 애국자로 둔갑시키고, 국민에게 총을 겨눈 독재자를 국부로 추앙함으로써 KBS에서 '친일'을 금기어처럼 만들었습니다. 도청과 정치공작의 당사자로 비난받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증오와 차별의 상징 '일베'마저 품에 안았습니다.

반면 수조 원의 혈세 낭비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 권력자의 부정부패엔 눈을 감거나 물타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300명의 안타깝고 억울한 희생자들을 욕보이고 외면하더니, 작금엔 식민의 한이 맺힌 위안부 할머니들마저 울리려 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노골적인 방송 장악이 진행된 지 8년. 우리가 조금 지쳐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어떻게 싸워야 할 지 그 방법도 녹록치 않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KBS에 마지막 광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새벽을 앞둔 가장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제 그 어둠을 찢고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절망 속에 갇힌 희망의 씨앗을 꺼내겠습니다. 그렇게 새벽이 오면 우리 천 오백여 조합원들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 국민과 내 자신에게 맹세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 2016년 1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출범선언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KBS본부 4대 집행부 출범식이 1월 27일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KBS 라디오 공개홀에서 열렸다. 성재호 본부장과 오태훈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97.6%의 찬성으로 당선됐다. 재적조합원 1,325명 (총 조합원 1,479명) 중 1,078명의 참여로 투표율은 81.4%였다. 찬성 1,052표, 반대 23표, 무효는 3표.

성재호 본부장은 1997년 KBS 기자로 입사, 사회부와 탐사보도팀을 거쳤다. 1대 KBS본부에서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를 맡은 바 있다. 오태훈 부위원장 역시 1997년 입사, 한국어연구부와 아나운서1부를 거치고, 2대 KBS본부 조직국장을 맡은 적이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처럼 노동조합이 어려운 시기에 축하한다는 말이 입에서 잘 안 떨어질 때가 있다"며 "하지만 어쩌겠나. 노동자의 길은 본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현종 시인의 시, '겨울은 추울수록 화려하고 길은 멀어서 갈 만하다'는 말이 있다. KBS가 어려움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즐거움으로 여기고 함께 새로운 길을 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일 년 조금 안 되게 언론노조 위원장을 하면서 언론인도 노동자라는 것, 이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며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언론자유까지 위태롭게 한다. 어려운 일 많겠지만 어깨 걸고 가면 즐거울 것이다. 무거운 짐을 져 준 새 집행부에 감사하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권오훈 3대 KBS본부장은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긴다.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말은 신영복 생전이 살아생전에 써 주신 글이다. 지난 6년 새노조가 걸어온 길과, 공정방송을 위해 새노조가 가야 할 길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조합원으로 돌아가지만 하나 하나 세운 정신을 잃지 않고 바른 말과 옳은 글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또 싸우겠다. KBS 3대 집행부로 일했던 것을 평생 자랑으로 여기고 살겠다 "고 밝혔다.

오태훈 신임 부본부장은 "조합활동을 여러번 했는데, 할 때 마다 거짓말을 많이 하고 살았다. 90일 파업을 할 땐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조합원들한테 거짓말을 많이 했고, 이제 다시는 조합 활동을 안 한다고 아내에게 말 한 것도 거짓말이었다"며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할 지 모르겠지만, 그 거짓말이 거짓말이 안 되게끔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많이 도와주시고 함께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MBC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이미 회사에게 해고는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침을 내려서 마구잡이로 해고하려고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노조 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올해와 내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언론통제 세력들이 계속해서 힘을 유지하고 있고 정치적 상황이 매우 갑갑하다. 내부적으로 불통과 독선으로 꼽히는 사람이 KBS 사장으로 왔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임을 예상하지만 조합원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저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동안 조금이라도 먼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찾아봤다. 머리는 가슴보다 못하고, 가슴은 손보다 못하고, 손은 발보다 못하다고 한다. 이성은 사랑보다 못하고, 사랑은 실천보다 못하고, 실천은 입장보다 못하다는 풀이였다. 천오백 새노조 조합원들과 같은 자리에 서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희망의 씨앗을 꺼내서 땅에 심어보자"며 의지를 전했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