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월 20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로써 30일째입니다.
사회 공기(公器)로서의 종합일간지 국민일보는 지금 조희준 대주주의 국민일보 흔들기와 노조 와해기도, 설립자인 조용기 목사의 아들 편들기로 인해 더이상 그 위상을 견지하지 못하는 위태로움에 처해 있고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조위원장인 저로서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안타깝고도 절박한 현실을 깨치고 나아가 국민일보를 창간 때의 정신에서 다시 출발하게 하고 국민일보의 발자취와 함께 해온 노동조합을 지켜야 한다는 충정뿐입니다. 그래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자립·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우리의 요구사항> 10개 항을 제시하며 목숨을 건 단식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어느 것 하나 무리하거나 부당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까지도 사태해결의 당사자인 조용기 목사와 그의 아들 조희준 대주주에게 간절히 바랐던 공개질의에 대한 회신은 전혀 없습니다.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오히려 조희준 대주주는 노사간 임·단협약 협상이 개시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 국민일보의 마지막 수익업무부문인 광고국을 분사하겠다고 통보함으로써 국민일보를 회생불가능한 비참한 상태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했습니다.
조희준 대주주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채 대규모 전적으로 국민일보를 마지막 단계까지 축소시키고 있고 무능한 경영인 이종대 사장은 수개월째 임금을 체불하며 대주주를 돕고 있습니다. 조용기 목사는 문서선교지원금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국민일보가 자립경영의 기틀을 구축하는 기회마저 갖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행위는 이미 경영상식과 도덕적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고 간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이들에게 더 이상 선량한 사태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1차 단식농성을 오늘로 중단합니다. 이제부터는 국민일보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지독한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국민일보에 기생하며 거짓을 획책하는 자들에 의해 우리의 청춘이 결코 희생될 수 없음을 확증해 나아갈 것입니다.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사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가 국민일보에서 당당하게 설 땅은 없습니다.
조합원동지 여러분!
지금 국민일보 노동조합은 어떤 언론사 노동조합도 겪어보지 못한 사주의 전횡에 망신창이가 된 회사를 껴안고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생존권 사수’와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걸머지고 장엄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합니다. 우리의 현실을 방관하지 맙시다. 떳떳한 행동으로 우리의 삶을 스스로 지켜냅시다. 우리 곁에는 우리와 연대하는 1만7천여 언론노동자동지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승리합시다.
2000년 4월 18일
국민일보노동조합 위원장 김 용 백


/ 언론노보 279호(2000.4.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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