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후퇴하는 저널리즘과 언론운동의 대응

20대 총선이 코앞인데 볼 뉴스가 없다. 올 해만 유별난 것은 아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는 매년 총선보도를 감시하는 모니터팀을 구성해 운영 해 왔다. 공정한 보도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시민단체만 감시하는 게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선거 때는 선거방송을 따로 심의한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튀어나오는 북풍보도를 비롯해 경마식 보도, 편파보도, 양비론적 보도, 편파보도등의 문제들은 항상 반복된다.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사내 구성원들의 목소리 마저 징계와 압력으로 봉쇄당하고 있다. 선거보도감시만으로는 역부족인 것 같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는 3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후퇴하는 저널리즘과 언론운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들은 달라진 매체환경에서 나아가야 할 언론운동의 방향과 전략을 점검했다. 안정된 시청자층을 확보한 종편채널의 압도적인 보도 편성, 이에 따른 지상파 공영방송의 하향평준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와 조회수만을 바라보는 어뷰징 보도 등 뉴스는 넘치지만 저널리즘은 없다. 매체환경의 변화, 언론운동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언론의 문제 이전에 정치의 문제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장은 현재의 선거보도모니터가 선정적인 선거보도를 소비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한국의 언론은 정치의 영역에서 확장된 사회적 영역을 담당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원인은 한국의 정치구조다. 이영주 소장은 "20세기 내내 국가가 모든 것을 조절하는 사회에 살았던 사람들은 국가를 뛰어 넘어서 사유할 수 없다"며 "보수매체는 전진, 진격, 성장, 경쟁력의 중심에 '국가'가 있다는 식으로 세상을 명쾌하게 정리한다"고 말했다. 보수 우파 정치 세력 뿐만 아니라 보수 매체가 승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는 말이다.

이영주 소장은 소수의 집단들 사이에 서로 밀어주고 챙기는 체제, 족벌 자본주의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 역시 언론이 사회적 영역을 담당하기 어렵게 한다고 했다. 특권화된 엘리트가 정치와 정부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언론 역시 지배집단의 요구가 전달되는 통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영주 소장은 "한국 사회를 형성하는 요소들을 빼 놓고 한국의 언론을 이야기 할 수 없다"며 "소수 정당의 소외, 정책 이슈 소멸등을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정치의 문제"라고 전했다.

언론운동 이제는 대중 커뮤니케이션의 장에 진입할 때

단순히 정치의 문제라면 언론운동의 희망은 없는걸까.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매체환경의 변화는 콘텐츠 유통 경로의 증가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중들의 소통 방식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김동원 국장은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는 유통채널일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대화 소재로 기능한다" 며 "뉴미디어라는 매체의 출현에만 집중하지 말고, 매체를 통해 대중들이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언론운동이 대중커뮤니케이션의 장에 어떻게 진입해야 할 지를 물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타깃화 된 모니터링' 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동원 국장은 "2-30대들은 막 던지는 메시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누군지 알고 던지는 메시지가 더 중요해졌다"며 "저널리즘의 가치를 알려주겠다, 몰랐던 미디어 교육을 알려주겠다는 방식이 아니라 알고 싶어 하는 것, 이용자들의 대화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준희 박사 역시 "종편 등 보수매체는 일부러 나쁜보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쁘다'고 짚어봤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보수적으로 구획된 체제에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 '타깃화 된 모니터링'과 '담론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보편적 가치'기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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