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농민, 6일 광주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영면

“물처럼 살고, 생명을 섬기고, 평화를 위해 일했던 형제”

우리는 생명과 평화 일꾼 故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을 시작했다. 5일 오전 8시 서울대 병원 안치실에서 발인을 시작으로 9시 명동성장 장례 미사 후 고인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종로 르미에르 빌딩 앞 차도까지 노제가 치러졌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영결식 후 전북 보성으로 내려가 추모 문화제를 진행했다. 6일 오전 9시 웅치면 생가와 10시 보성역, 12시 광주 금남로에서 노제를 했고, 오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하관식을 했다.
 

故 백남기 농민(세례명 임마뉴엘 69)은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317일간 의식을 찾지 못했고, 지난 9월25일 소천했다. 시민들은 ‘내가 백남기다’라며 자발적으로 돌아가며 장례식장을 지켰고, 국가 폭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주말마다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고 당시 물대포의 살인적인 살수를 재확인시켰다. 고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한다며 검찰과 경찰은 두 차례씩이나 부검 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하지 못했다.
 


故 백남기 농민은 1947년 전남 보성군 웅치에서 태어났다. 68년 중앙대에 입학해 민주화 운동에 투신, 두 차례 제적과 6년간의 수배 생활을 했다. 갈멜 수도원 수도사로 생활했고, 1980년 복교해 중앙대 학생회 부회장으로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당시 계엄군에 의해 체포됐다. 학교에서 또 제적됐고 징역을 살았다. 석방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우리 밀 살리기 운동, 카톨릭 농민회, 지역운동을 했다. 유족으로 아내 박경숙 여사와 1남 2녀의 자녀를 뒀고, 자녀의 이름은 두산(아들), 도라지(장녀), 민주화(차녀)로 한반도 통일과 민주화를 염원하는 뜻을 담아 지었다.

 

 


고인의 지인들은 “물처럼 살고, 생명을 섬기고, 평화를 위해 일했던 이가 물대포에 쓰러져 우리 곁을 떠나갔다”고 슬퍼했다.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으로 장례 미사가 치러졌다. 문재인, 이종걸, 심상정, 강기갑 등 전 현직 정치인들과 가톨릭신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해 고인의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국가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고인의 삶을 기억해야 하고, 손수건이 아닌 법과 제도로 고인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강론에서 밥 딜런의 노래를 언급하며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에 닿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이 땅의 민주화와 무관심이 임마누엘 형제를 떠밀어 보낸 것이 아닌지 이런 현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장례 미사 후 유족들과 노동 시민 사회 단체로 구성된 백남기투쟁본부 대표들은 ‘국민이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곳까지 걸었다.
 

백 도라지씨는 “하루 빨리 진상 규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버지가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날부터 지금까지 마음을 모아 주시고 우리 가족들의 손을 잡고 싸워주신 국민들 덕분에 아버지의 장례를 모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정부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대형 영정을 뒤로 풍물, 운구 차량과 상여 그리고 백남기 <책임자를 처벌하라>, <국가폭력 끝장내자>, <살인정권 물러나라> 등의 만장이 뒤를 따르며 고인의 억울하고 슬픈 죽음을 알렸다.
 

영결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공통적으로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물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살인적인 물 대포 사용 금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철판을 휘게 하고, 벽돌담을 순식간에 부숴버리는 살수차. 이것은 명백한 국가적 폭력”이라며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논평을 통해 “7일부터 전국 각 교구별로 ‘박근혜 퇴진과 민주 회복을 위한 시국 기도회’를 연다”며 “세월호의 아이들과 농민 백남기 선생을 생각하며 악에 저항하고 선에 바로 세우는 일에 우리 사제들이 앞장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11월 12일 민주사회를 지키는 민중총궐기가 열리고, 이후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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