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로비 봉쇄로 추위 속 조합원 총회 열려

MBC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가 10일 상암 MBC사옥 앞에서 열렸다. 사옥 로비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이번 조합원 결의대회는 회사의 로비 출입 봉쇄로 부득이하게 사옥 앞에서 진행됐다. 회사는 출입문 봉쇄 뿐만 아니라 1, 2층 엘리베이터 정차까지 막으며 총회를 방해했다. 그러나 500여명의 조합원들은 추위 속에서도 “청와대방송 중단하고 책임자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MBC는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참담함을 토로하는 내부 기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사회1부 데스크 김주만 기자의 보도국장 퇴진 요구 성명을 시작으로 8일 뉴미디어뉴스국 박소희 , 고현승 기자, 시사제작국 강연섭 기자, 사회2부 남상호, 박주린기자, 월드리포트팀 문소현 기자, 스포츠취재부 데스크 조승원 기자, 주간뉴스부 이브닝뉴스팀 김정인 기자 등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부끄러운 MBC의 현실을 바로잡자는 자성의 글을 전했다. ( 관련기사 👉 [노컷뉴스] MBC 기자들 “이런 꼴 보자고 기자된 것 아니잖나” | [노컷뉴스] 뉴스에 ‘비선실세’도 못 쓴다는 MBC…”보도국장 물러나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해 나섰던 170일 파업 이후 2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징계, 교육, 부당전보 등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아직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조합원들이 109명이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보도지침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것이다. 견디다 못해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상당하다. 2014년 세월호 보도를 지적했던 권성민 PD의 해고, 동료들과 메신저를 통해 보도를 지적했던 신지영 기자의 정직 등 자사 보도 비판을 하는 직원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징계가 이어진 가운데, 실명으로 자성의 글을 내는 기자들이 또 보도국에서 쫓겨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MBC본부, 공정방송 위해 계속 싸울 것

조능희 MBC본부장은 “(2012년 파업 이후) 4년 4개월만에 이렇게 조합원 총회를 진행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회사가 우리의 출입을 막고 있지만 사실은 저 사람들이 고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MBC의 현실을 보며 조합원들이 걱정이 많으리라 생각한다”며 “MBC가 망하고 있는데도 회사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이정도가 되면 인사조치를 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끊임없는 추락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도 좀 잘 하라고 경고하고, 방송 좀 잘 하자고 지적하고 꾸짖어 온 조합을 없애기 위해 회사는 갖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며 “바른 말 하고, 취재를 잘 하고 국민을 위한 방송,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하던 기자 피디들을 다 쫓아냈다. 회사는 조합이 무너질 줄 알았겠지만 조합은 일치단결하여 여기까지 왔다. 저들이 물러갈 것이며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본부장은 “국민들은 도탄에 빠져있는데, 국민의 전파를 이용하는 MBC에서 편히 월급받는 게 자랑스럽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국민이 원하는 정권이 생겼을 때 MBC 필요없다고, 문 닫으라고 하면 국민들의 요구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가장 괴로운 것은 회사가 좋은 방송을 위해 돈을 쓰지 않고, 해직자들을 계속 해직상태로 두기 위해 변호사를 무려 12명을, 노무사를 무려 9명을 고용하고 소송비용으로 50억씩 사용한 것이다. 그 돈은 국민의 돈이고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라며 “노동조합은 공정방송을 위한 조합의 역할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동료를 버리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방송을) 이용하려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무던히 싸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따라잡기 위해 KBS도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데 MBC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는 지 모르겠다”며 “이러자고 기자가 되고 PD가 된 것이 아니다. MBC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반칙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정동 MBC 시절에 있었던 ‘음수사원’이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는 여의도로 옮기며 사라졌다가 다시 상암에 나타났다. 정동 MBC 시절 선배들은 ‘음수사원’이라는 글씨를 보며 월급 받을 때마다 박정희를 생각하라는 것 같아서 쪽팔렸다고 말했었는데 그게 어떻게 다시 상암에 나타났느냐”고 호통치며 “이 붓글씨를 떼야 MBC가 다시 살아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다르다. MBC 사장이 아무개일때, 부사장이 아무개일 때 이 붓글씨를 여기에 걸었다고 아래에 반드시 적어둬야 한다. 그것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의 본분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에서는 지우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자”고 전했다.

 

 

“최고라고 말하던 MBC가 그립다”

방창호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MBC가 최고유~’, ‘전 MBC만 봅니다’등등 한 때 진짜 이런 말 들으면서 자랑스럽고 신나게 일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러나 지금 시청자들이 MBC를 버리고 있다. 현장에서 MBC의 기자와 피디들이 쫓겨나고 있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방송은 의미가 없다. 경영진들은 시청자들에게 언론농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를 해야 한다. 망가진 방송 바로잡으지 않으면 후배들에게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현 SBS본부장 역시 “뉴스타파, JTBC등 언론의 기본을 현장에서 녹여내고, 권력의 심장을 겨누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MBC정신의 산물”이라며 “마지막 KO펀치를 MBC가 날려야 한다”고 격려했다.

도건협 대구MBC지부장은 “4년의 세월동안 조합원들 가슴 속에 체념과 분노가 쌓였다”며 “대구에서 대통령 하야에 대한 서명을 받았는데 장사가 잘 됐다. 보수의 본산인 대구 민심도 빨리 하야하라고 하는데 MBC는 민심을 왜곡, 외면하고 청와대 방패 뉴스만 하고 있다. 80년 땡전뉴스 할 때 화염병이 날아들었고, 광주에서도 성난 군중이 MBC를 불태웠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창식 춘천MBC조합원은 “MBC가 하던 역할을 불과 몇 년 만에 JTBC등 다른 언론사가 하고 있다. 지역은 좁다 보니 취재진을 쫓아 낼 정도는 아니지만 시민들이 MBC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르다”며 “대한민국 어떤 언론사가 6개월동안 월급을 안 받으며 파업을 했느냐. 정권으로부터 방송사를 지켜내려다가 도리어 우리가 청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렇게 다시 모여서 서로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면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광주MBC조합원 또한 “MBC가 아무것도 아닌 매체로 전락했다. 이런 세월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지 암담하다. 빨리 공정방송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불공정한 MBC 뉴스, 무관심보다 함께 분노했으면

이호찬 MBC본부 보도민실위 간사는 “조능희 본부장이 집회 한 번 해보자고 항상 이야기 했었지만 이런 현장에 조합원들 얼굴 내미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인 지 알아 그동안 참아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 이 사안은 가만히 목소리를 죽이기에는 너무 커다란 사안이다. 기자들 20여명이 실명으로 보도국 게시판에서 울분을 토하고 있다. 거리에서 쫓겨나는 상황에서 무슨 특별취재고 무슨 진실보도냐. 힐러리와 트럼프의 지지율은 매일 다루면서도 자기나라 대통령은 안 다루는 언론이 무슨 언론이냐. 9년동안 철저히 청와대의 눈으로 뉴스를 만든 안광한, 김장겸, 최기화는 MBC 뉴스를 그만 망치길 바란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호찬 민실위 간사는 “오늘 이 순간부터라도 MBC뉴스에 관심을 가져달라. 혼자서 보도 감시하기가 너무 버겁다”며 “같이 보고 같이 분노하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고 있다. 실명 비판이 얼마나 어려운 지 다들 알 것이다. 다들 조금씩 용기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도민실위 간사로서 열심히 지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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