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영방송 사장 선임 개입 비망록 통해 드러나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우 전 대통령비서실홍보수석비서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언론통제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단체들은 21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언론사와 대주주에 대해서 세무 조사, 미행, 경영진 교체 등 불법적인 겁박을, 공영방송사에 대해서는 보도와 인사개입으로 ‘권력 비판 보도’를 통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과 비서실은 ‘정윤회 문건’등 이른바 측근, 실세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중재신청이나 소송 등 법적, 행정적 조치를 뛰어 넘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에서는 '세계일보 공격 방안'을 논의했고, 사흘 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세계일보사를 압수수색 장소로 정했다. 이에 따라 세계일보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막기 위해 회사로 당일 회사로 모여들기도 했다. 대통령의 측근, 비선 실세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대통령비서실이 언론사 압박 방안을 논의하고 지시한 것이다.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 등을 보도 6개월 전부터 주시했다고 하는데, 당사자들 또한 미행 등 청와대의 감시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예정돼있지 않은 세무조사의 실시는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보복 조치이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국가권력이 겁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또 세월호 참사 직후 벌어진 KBS 사장과 이사장의 사퇴, 새 사장의 선임, 새 이사들의 선임 등 KBS의 인사와 대통령(VIP) 관련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수시로 논의하고 개입한 것이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TV조선을 통해 입수한 김영한 비망록에는 지난 2014년 6월 15일 KBS 정기이사회와 사장 임명 논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KBS 이길영 이사장의 이름에 박스표시가 되어 있는데, 당시 이길영 이사장은 8월 27일 건강상 이유로 사퇴했고, 29일 이인호 씨가 이사장으로 내정됐다. 10월 15일에는 "KBS 이사장 선정과정 BH 개입"이라는 메모가 등장한다. 이 또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워딩을 그대로 적은 메모로 알려졌다. 전날인 14일 야당 문병호 의원이 국회에서 청와대 압력에 의해 절차까지 위반해가며 이인호 씨가 KBS 이사 및 이사장으로 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메모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 이길영 전 KBS 이사장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먼저 사퇴 요구를 받고 사표를 제출했다고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직접 밝히기도 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김영한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언론장악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일보 보도와 관련해서 ‘본 때 보여줘라’ ‘발본색원 하라’ 는 워딩이 드러났고, 사흘 후에 세계일보 압수수색이 결정됐다. 또 KBS이사회 사장 선임에 대해서 청와대가 개입을 했고, KBS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감시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직권남용’이다” 라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성재호 KBS본부장 역시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어떻게 청와대가 KBS를 통제하고 장악하려 했는지 그 유력한 정황들이 드러났다”며 “현재 고대영 사장 체제의 KBS는 박근혜 정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부분이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서 새누리당이 공범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다음 공범은 검찰 아니면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공범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 한가지, 철저히 파헤쳐서 최순실 일가와 대통령이 공영방송은 어떻게 장악했는지 수사 통해 단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가장 충격적인 것은 최성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역할”이라며 “공영방송 낙하산 이사가 내려오고, 전횡을 일삼토록 방치해 언론단체들이 방통위의 역할을 요구 할 때 마다 방통위에서는 공영방송에 개입할 법적 권한과 근거가 없다고 말했었는데 겉으로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말해놓고 공작정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처장은 또 “최성준 위원장 바로 옆에서 오랜 기간동안 함께 근무해 온 허원제 수석부위원장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며 “방송 문외한이던 최성준 방통위원장 바로 옆에서 보좌하다가 지금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가 있다. 어떻게 언론통제에 가담해왔는지 파헤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사실은 처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이정현, 백종문 녹취록 등 많은 증거들을 고발해왔으나 검찰은 단 한번도 제대로 수사를 한 적이 없다”며 “검찰은 우병우 민정수석을 국정농단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 한다고 하는데 지금 검찰이 언론통제와 관련해서 하고 있는 행위는 우병우와 다르지 않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검찰 수사가 없으니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 할 지도 모른다. 이번 고발은 검찰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방송법> 제1조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6조 ➀항은 KBS는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며 KBS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KBS 사장의 임명제청은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사항이다. <방송법> 50조 역시 “KBS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확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비서실이 이에 대해 논의한 후 홍보수석이 사장 공모를 앞두고 KBS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후보를 검토하라’고 사실상 지시를 한 것은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나아가 <방송법>이 보장한 ‘방송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훼손한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게 고발 요지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제7조에서 “공직자는 법령을 준수하고 친절하고 공정하게 집무하여야 하며 일체의 부패행위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있다. 또한 8조 ➁항의 2-3호는 “직위를 이용한 인사관여·청탁행위의 금지·제한에 관한 사항”, “공정한 인사 등 건전한 공직풍토 조성을 위하여 공직자가 지켜야 할 사항” 등 공직자가 준수하여야 할 행동강령을 대통령령 등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장, 홍보수석비서관은 누구보다 엄격히 법령을 준수하고, 공직자 행동강령을 지켜야 할 고위공직자다. 관련 법령을 어기고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선임에 개입한 것은 중대한 위법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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