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기로에 선 경인지역방송과 방송정책의 위기

경기인천지역의 유일한 독립 지역방송 OBS가 정파 위기에 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OBS의 경영악화 개선을 위해 추가증자를 2013년 재허가 조건으로 요구했으나 OBS가 이행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자본금 확충을 비롯한 대주주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오는 23일 청문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허가 여부를 최종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사의 존재 이유가 수익과 자본금에만 있어야 할까.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역민방에 부여하는 조건의 핵심이 재정의 안정화에만 맞춰진다면, CJ E&M이나 jtbc와 같이 막대한 재력을 갖춘 투자자만이 방송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미디어 환경에서 컨텐츠 생산자는 막대한 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만 가질 수 있는걸까. 방송통신위원회에 지역방송, 중소방송과 시청자의 권리 보장에 대한 책임은 없는가.

20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는 기로에 선 경기·인천지역방송과 방송정책의 위기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 주변부에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경인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이슈가 소외되는 지역 중 하나다. 서울 또한 '서울방송'으로 설립한 SBS가 있지만 다른 지역방송과의 네트워크 체제로 전국방송화 된 지 오래고, 서울이나 수도권지역의 이슈만을 다루는 지상파 채널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경인지역방송 OBS의 존재는 자못 소중하다.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는 "미디어가 선거에 지대한 역할을 미치는 우리나라 환경 속에서 OBS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전국의 1/4를 차지하는 지역인 수도권에서 선거 토론을 진행하며 지방자치기능을 하는 OBS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OBS는 제한적경쟁상태에서 자본축적의 기회를 잃은 방송사다. 방송은 장비산업이다. 고가의 장비에 투자하게 만들어놓고 일방적으로 투자 손실을 감내하라는 것은 방통위의 무책임"이라고 밝혔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역시 "2004년 경인방송 iTV가 정파되고, 경인지역 방송을 다시 만들기 위해 지역설명회를 다닐 때 주민들은 제대로 된 지역뉴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화성에는 연쇄살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있다는 호소였다"며 "OBS가 처음 개국했을 때 시사다큐프로그램등을 통한 지방자치비판보도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적자 인력감소등으로 어려워져 지금은 기획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큰 책임은 지속적으로 정책차별을 해 온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다. 종합편성채널에는 갖은 특혜를 줬으면서 OBS는 차별만 했다"고 밝혔다.

"OBS 고사위기, 지역방송 몰락의 시작 될 것"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또한 "정책입안자의 역할은 가만히 두면 시장논리로 가는 것들을 조정하는 것에 있다"며 "그러나 이런 사태에 왔다는 것은 분명 정책입안자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OBS 재허가가 거부된다면 내년 대선, 내후년 지자체 선거등 중요한 시기의 지역 여론 형성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지역방송의 수요가 없었는지, 방통위의 정책적 잘못은 없었는지 방송통신위원회는 명확히 입장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정책국장은 "정부의 규제는 방송의 공적 책임, 공익성, 지역성 등 방송법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로 설계하고 실행해야한다"며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와 자본은 지역방송을 광역화하고 자본의 방송 진입 문턱을 낮추는 규제완화를 추진해왔고, 그 결과 지역방송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박장준 정책국장은 "이대로 가면 OBS를 시작으로 지역방송은 몰락한다"며 "방통위가 지난 2월 주최한 '중장기 방송정책 마련을 위한 워크숍에서는 지역지상파방송의 소유, 겸영 규제를 우선 완화한 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소유규제를 풀겠다는 정책방향이 제안됐다. 지역방송을 통폐합·광역화해서 집중시킨 '언론권력'을 자본에 내주겠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지역방송의 위기를 고의로 방치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OBS 재허가 불승인 위기 사태는 '지역'을 없애고 '보도'를 없애는 식의 방송정책을 정부가 펴 온 결과"라며 "정부가 지역과 방송을 '비지니스'로 보며 지역방송 고사 전략을 펴 온 결과 지역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지역시청자들의 시청권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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