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깃발을 든 민주노동당이 4·13총선에서 선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단 한석도 얻지는 못했지만 원내진출의 가능성이 분명하게 확인됐습니다. 실로 분단 이후 조봉암 선생의 진보정당이 사라진 뒤 진보정당이 정치적 의미를 갖는 첫 사건입니다. 이런 이유로 표면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진보세력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이번 총선을 명백한 패배로 보고 치열한 현실인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존재하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언론노련은 4·13 총선에서 초대위원장인 권영길 후보를 지원하는데 상당한 역량을 쏟았습니다. 권후보가 짧은 선거운동기간과 재정·조직의 열세 등 총체적인 불리함 속에서도 당선권에 근접한 것은 작으나마 언론노련의 역할에 기인한다고 자부합니다. 언론노련도 부족하나마 이번 총선을 통해 상당한 정치훈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노련도 이제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섭니다. 언론노련이 정치세력화에 나서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근본적으로 언론노동자, 언론인, 언론사의 독립성확보, 즉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정치세력화를 통해서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보수정당들은 결코 언론독립을 보장할 생각을 가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권언유착, 경언유착을 통해서 기득권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권언유착, 경언유착의 틀을 깨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출해 낼 때에만 비로소 언론독립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이미 선진 외국에서 입증된 바입니다. 정치가 후진적인 상태에서는 결코 언론독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정치세력화의 첫 걸음은 산별노조의 건설입니다. 단위노조 상태로는 정치세력화를 이뤄낼수 없습니다. 이제 노동운동을 개별 회사 내의 문제에 천착하는 하급운동의 단계를 넘어서 상부구조로 진출하는 고급운동의 단계로 진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진화는 이미 본격화되고 가시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언론노련은 최고급 노동운동의 선봉에 설 것입니다. 그 시작이 산별 노조의 건설입니다.


/ 언론노보 279호(2000.4.19) 1면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