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투쟁 돌입 “방송을 멈춰 KBS를 구하겠다”

부조실 집결해 제작거부 선포, 라디오PD ‘연좌농성’

KBS 기자협회에 이어 KBS PD협회 소속 PD 674명(팀장급 포함)이 30일 오전 7시부로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KBS 내 언론자유 쟁취 투쟁의 열기가 오는 9월4일 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 투쟁으로 모아지고 있다.

KBS PD협회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소속 PD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오늘 오전 6시30분, KBS 2TV 프로그램 ‘생방송 아침이 좋다’의 생방송 부조실 앞에 집결하는 것으로 제작 거부 투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제작 거부에 들어간 PD협회 소속 PD들은 협회의 전체 인원 중 약 70% 정도로 스포츠, 라디오, 예능, 드라마, 시사교양 등 사실상 전 영역의 프로그램 제작을 맡고 있다.

협회는 제작 거부 동참 PD 중 586명이 연명한 결의문을 통해 “방송을 멈춰 방송을 구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들은 “고대영 사장의 퇴진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의 꿈은 훨씬 더 크고 본질적”이라며 “우리는 지금부터 KBS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9년, 무도한 저들은 ‘받아 적는 PD가 되어라, 질문하지 않는 언론이 되어라, 복종하는 KBS가 되어라, 정의에 눈 감는 공영방송이 되어라, 그리하여 마침내 KBS의 DNA를 비열하게 바꾸어라’고 요구했다”면서 “결국 그들의 뜻대로 냉소, 패배주의, 무력감이라는 독약이 우리 KBS PD들의 피를 오염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대영 사장은 물러나라”고 촉구한 뒤, “물러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아울러 “아직도 망설이고 주저하는 모든 PD들에게 부탁드린다”면서 “부디 구체제의 순장조가 되지 말라. 우리 목표가 인적 청산은 아니지만, 사적인 감정 때문에 새로운 KBS를 만드는 일을 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해가 된다면 가차 없이 부수겠다. 우리는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지열 KBS PD협회장은 “PD들이 관성적으로 ‘PD의 자존심’이란 말을 많으 쓰는데, 이 말은 PD라고 거들먹거리고 잘난 체를 하라고 쓰는 말이 아니다”라면서 “‘PD의 자존심’은 부당한 권력의 압력을 거부하고 자본에 포섭 당하지 않으며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의미에서 쓰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PD의 자존심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간 처참히 짓밟혔다”며 “썩은 고깃덩어리 몇 개를 던져주며 저들은 PD들을 포섭했고 처절하게 짓밟았다. 그 결과 우리는 이제 PD의 자존심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류지열 협회장은 또한 “고대영이 왜 나가야 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단순하다”며 “고대영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국민을 우롱했고 국민에게 사기를 쳤다. 그 하나만으로도 고대영은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기현 한국 PD연합회장은 연대발언에 나서 “6월 항쟁 30년, 한국PD연합회 30년을 맞는 올해, 우리 방송계의 모든 적폐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제작 거부에 나선 공영방송 PD들은 KBS, MBC의 적폐 청산은 물론 우리 방송 전체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주역이란 자부심으로 끝까지 투쟁하여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PD협회 소속 PD들은 우선 작업 공간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투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KBS 본관과 신관, 별관 등 어떤 공간에도 들어가지 않음으로써 ‘노무를 거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힐 예정이다.

아울러 피케팅 등을 통해 제작 거부에 동참하고 있지 않은 PD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라디오 PD들은 30일부터 라디오 본부장실 앞 연좌농성을 진행한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